기후 단체 "하계 올림픽 부적합 수준 폭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파리 올림픽이 폐막한 가운데, 오는 2050년에는 더위가 심해져 하계올림픽을 열 수 있는 도시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는 미국 CNN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비영리 탄소프로그램 연구단체 카본 플랜(CarbonPlan)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고 전했다. 카본 플랜에 따르면 2040년에서 2059년 사이 전 세계 대부분 도시의 연간 최고 온열 지수(WBGT)의 평균값이 섭씨 32도를 넘을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 지수란 기온·습도·구름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람이 열로 받는 스트레스를 측정한 수치다. 이는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열사병 예방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 지수가 32도를 넘으면 단시간의 야외 활동으로도 온열 질환이나 사망 위험이 있다고 여겨지며, 마라톤의 경우 28도 이상이면 경기가 중단된다.
서울을 포함해 기존 개최 도시 및 개최 예정 도시 24곳 중 11곳은 폭염으로 하계 올림픽을 다시 열지 못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서울,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미국 세인트루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 5개 도시는 2050년 하계 올림픽 개회 시기의 평균 WBGT 예측치가 양지와 음지 모두에서 27.7도 이상으로 예측됐다. WBGT 27.7도는 미국 스포츠의학학회(ACSM)가 지속적인 신체 활동을 멈추라고 권고한 수치다. 그리스 아테네, 이탈리아 로마, 미국 애틀랜타,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시드니, 브리즈번 등 6곳은 양지의 WBGT가 섭씨 27.7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개최 예정 도시 중 2028년 개최 예정지인 로스앤젤레스는 양지·음지 모두에서 섭씨 27.7도 미만으로 예측됐으나,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한 도시 6곳 중 5곳의 WBGT는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유치 희망 도시 중 여름에도 WBGT가 27.7도를 밑돌 것으로 예측된 곳은 칠레 산티아고뿐이었다.
카본 플랜의 기후학자인 오리아나 체그위든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연중 최악의 폭염이 도래하는 때가 하계 올림픽 기간과 겹친다"며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국가들도 더위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극심한 더위는 운동선수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고, 화석 연료로 인한 오염이 기온과 습도를 높이면서 열사병 등이 점점 흔해지고 있다"며 "무더위가 최고치에 달하는 때와 겹치지 않도록 올림픽 시기를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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