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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성공조건]①'밸류업 키맨' 이사회…현실은 10명 중 4명 '학계'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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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밸류업 정책서 이사회 책임 강조
의사결정·경영감독 양면적 지위
美달리…韓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 지적

편집자주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개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상장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페널티 없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세제 지원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의심을 보인다. 과연 그럴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세제가 아니라 '상장사의 의지'라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일본과 유사하지만 배당 지급 비율은 일본보다 약 10% 낮다. 주주와 직접 만나는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달리 한국 상장사는 형식적인 기업설명회(IR)를 한다. 상장사가 인센티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답해야 한다.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시를 통해 주주와 약속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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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밸류업 정책'에서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이사회의 책임이다. 지속 가능한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절대적이다. 의사결정 기관인 동시에 경영감독 기관인 이사회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선 '거수기 이사회' 등 이사회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전·현직 교수이며 상당수는 검찰과 법조계,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이다. 국내 기업 이사회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내부로부터의 변화와 더불어 법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 80% 기업인 출신 미국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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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서 발간한 '2023년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대형 비금융 상장사 267곳의 사외이사 967명 중 40%가 전·현직 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기업(21%)이고 3위는 법무법인(19%)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 보고서에서도 학계 출신이 38%로 동일하게 1위를 차지했으며 법무법인(21%), 기업(11%) 순으로 비슷했다.

학계나 법무법인에 몸담은 인물 중 상당수는 전직 관료 출신으로 추정된다. 가령 삼성물산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을, 삼성화재는 검사장 출신인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휴재 전 서울고법 판사(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롯데하이마트는 홍대식 전 서울지법 판사(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024년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계열사 237곳 중 지난 3월4일까지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 사의 주주총회 소집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검찰·법원·국세청·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경영 자문사 스펜서스튜어트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S&P500 상장기업에서 신규 선임 독립이사(사외이사) 388명 중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출신 비중이 30%로 가장 높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베스트먼트뱅커(IB)·투자관리·회계법인 등 재무 임원 출신 27%, 개별 부서장 출신 16%, P&L(Profit&Loss·손익) 리더 출신 10%, 회장·의장·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은 4%로 집계됐다. 기업 관련 출신이 90%(87%)에 육박한다. 일례로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회사들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80%가 CEO 출신 사외이사다.


이 같은 차이는 미국·일본 등에 비해 기업 역사가 짧고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게 기업 측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는 기업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기업인 출신의 사외이사 풀이 풍부하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훨씬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부분이 있고, 동시에 미국보다 시장이 훨씬 작다 보니 동종업계 출신이 많아 경쟁사 출신을 데려오는 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퇴직 임원에게 요구하는 경영상 비밀유지 조항 등도 하나의 제약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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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문가들을 향한 수요가 이사회 전문성 및 경영능력과 직결된다고 짚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최근 지배구조를 신경 쓰는 곳들에서는 업계 전문가가 자국에 없으면 해외에서라도 모셔 오려는 분위기"라며 "그래야 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자문과 코칭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교수나 관료 출신은 회계·감독 등 개별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있겠지만 회사의 전반적인 의사결정에 관해선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꼭 동종업계가 아니어도 다른 기업을 운영해 봤던 전문경영인을 데려오는 방안까지 폭넓게 생각한다면 사외이사 풀에서 큰 제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주주 아닌 일반주주 이익 대변할 수 있는 인물 필요"

형식상이 아닌 실질적인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주주가 아닌 일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 등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행동주의펀드들은 올해 3월 주주총회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에 포함했다. 태광산업(트러스톤자산운용), JB금융지주(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금호석유화학(차파트너스자산운용), 다올투자증권(프레스토투자자문) 등이다. 이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가 성과를 거둔 곳은 태광산업이 대표적이다.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주주제안한 김우진·안효성 사외이사 후보 및 정안식 사내이사 후보의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최초 지분 매입 후 꾸준히 주주행동 캠페인을 지속해 온 덕분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3월28일 열린 J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는데 김기석·이희승 후보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박 교수는 "법적으로 국내 이사회는 독립성 요건은 다 갖추고 있지만, 사외이사 중 일부가 선관주의 개념이 약한 경우가 있다"며 "계열사 간 거래나 지배주주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내부에서 잘 안 되고, 또 민사소송을 통해서라도 규율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어렵게 돼 있다"고 짚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있지만, 대주주가 통제하고 임면권을 가지며 사장 혹은 대주주가 편하고 우호적으로 느끼는 사람을 추천한다"며 "아무리 형식적으로 사외이사 독립성 요건을 갖춘 사람을 추천한다고 해도 직언할 수가 없다. 회사가 추진하는 안건을 강하게 반대하면 업계에 소문이 나 아무 데서도 사외이사 추천을 받을 수 없어 소신껏 사외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이사회 구성원들의 재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일본 등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이사회 교육기관(Institute of Directors)'이라고 불리는 협회를 운영 중이다. 이 회장은 "밸류업 정책 과정에서 가치지표를 선정해야 할 텐데 이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제이미 앨런 전 사무총장 역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재무관리, 수익성 등 재무 사항에 대해 이사회 구성원들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고위 임원, 내외부 이사 등 이사회에 참가하는 모두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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