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손가락이 심해를 걷네? 핑크 바다돼지, 투명 해삼…CCZ 신비한 동물

해저 탐사팀, 45일 동안 조사한 결과 공개
천연자원 가득…그러나 과학계는 “개발 반대”

천연자원의 보고로 알려진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 Clipperton Zone, CCZ)에서 독특한 생김새의 해저 생물이 해저 탐사팀 카메라에 포착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주도하는 해저 탐사 프로젝트 ‘스마텍스’(SMARTEX)가 45일 동안 CCZ를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CCZ는 태평양의 한 가운데 멕시코와 하와이 사이의 평균 수심 5000m 아래에 있는, 면적이 인도의 두 배에 달하는 600만㎢의 진흙 평원이다.

CCZ에서 포착된 ‘바다 돼지’ [이미지 출처=SMARTEX 제공]

탐사팀이 원격 탐사 차량으로 4000~5000m 심해를 촬영한 사진에는 ‘바다 돼지’(sea-pig)의 모습이 담겼다. 무척추동물의 일종인 바다 돼지는 뛰어난 후각으로 다른 생물의 사체를 찾고, 여러 개의 다리를 이용해 해저를 걸어 다니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바다 돼지는 일반적으로 흰색과 연분홍색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진분홍색으로, 과학자들은 신종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몸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해삼도 확인됐다. 해양 생물학자 리젠 드레넌은 “이 생물은 ‘유니큠버’(unicumbers)로, 이전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처럼 고화질로 자세한 모습을 관찰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CCZ에서 포착된 투명한 해삼 [이미지 출처=SMARTEX 제공]

흰 유리컵을 닮은 스펀지(해면동물)도 목격됐다. 해면동물은 여러 개의 세포를 가진 다세포 동물이긴 하지만 소화계, 배설계, 근육계, 신경계 등이 분화되지 않아 다세포 동물 가운데 가장 하등한 동물로 분류되며, 지구상에서 가장 긴 수명을 가진 동물이다. 햇빛이 들지 않고 섭씨 1.5도로 온도가 낮은 해저는 해면동물이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다.

해양생물학자들은 CCZ에는 6000~8000종의 신종 생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은 지난해 5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CCZ에서 총 5578종의 생물을 발견했으며, 이 중 92%는 신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CCZ에서 포착된 컵 모양의 해면동물 [이미지 출처=SMARTEX 제공]

한편 CCZ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망간, 니켈, 코발트 등 여러 금속이 211억 톤 가까이 매장돼 있다고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과학 전문매체 IFL 사이언스는 “CCZ에 있는 광물이 2억8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그동안 각국의 기업과 연구소에 심해저 광물 채굴권 31건을 부여했는데, 그중 19건이 CCZ에 집중됐다. 1996년 11월 ISA에 가입한 한국도 회원국으로서 CCZ 광물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CCZ 등의 해저 광산 개발이 해저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독일 해양연구센터 연구진은 “해저 광물 채취는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킬 것”이라며 “이는 이산화탄소 흡수와 영양물질 순환과 같은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기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메인주 해양과학연구소 베쓰 오커트 부사장도 “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심해 채굴을 강행한다면 해저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거나 또는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