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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농협 사태로 생각해볼 'CEO 전문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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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농협 사태로 생각해볼 'CEO 전문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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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은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임시이사회를 열고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과 윤병운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명의 후보 중 윤 대표를 사장 후보로 최종 선정했다.


당초 'NH투자증권의 모회사'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강호동 신임 회장은 지난 7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을 만나 유 전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 회장은 강 회장의 요구를 거부했다. 강 회장은 인수 10년을 맞은 NH투자증권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농협맨’인 유 전 부회장이 적합하다는 입장이었고, 이 회장은 유 전 부회장이 증권업 경력이 없어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이를 계기로 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는 데 있어 '전문성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어느 그룹이나, 금융지주회사나 모회사 또는 핵심 계열사가 있다. 모회사 또는 핵심 계열사가 그룹 또는 지주회사의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 CEO 자리를 자사 출신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자사 내에서 밀린 사람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줘야 인사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우처럼 '챙겨줘야 한다'라는 의미도 크다.


일반 회사는 그렇게 해도 별 상관이 없을지 모르지만 금융회사는 다르다. 신뢰를 기본으로 하고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금융' 영역에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금융 내에서도 은행·증권·보험은 또 각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증권 출신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및 우리은행장이 투자은행(IB) 부문을 적극 육성하겠다며 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에 1조6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거의 전액 손실을 봤다.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한 은행에서 증권사에서 하듯이 경영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은행 출신이 회장이거나 은행장이었던 다른 금융지주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 당시 신한은행의 한 부행장은 사석에서 “BNP파리바에서 AAA등급인데도 금리가 높다며 CDO라는 걸 사라고 들고 왔는데, 이게 보니까 담보가 없는 거예요. 기초자산이 불명확한 거지. 그런 걸 어떻게 사냐고 돌려보냈는데, 몇 달 후에 리먼 사태가 터지더라구요”라고 회고했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들의 증권·보험·카드 계열사 CEO 자리는 주로 핵심 계열사인 해당 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차지했다. 증권사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지만 은행보다는 훨씬 더 큰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영업해야 한다. 그런데 증권사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뭐라도 해보려고 하면 은행 출신 CEO가 “위험해서 안 된다” “그러다 크게 손해나면 어쩌려고 하느냐”라고 하는 통에 정말 답답하다고 했다. 보험사에서는 “은행 출신 CEO들은 아무래도 보험을 잘 모르니까 처음에 오면 보험용어부터 생소해한다. 거의 새로 배우는 거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들렸다.


증권사의 경우, 최근 들어 은행 중심 금융지주의 계열사에도 증권 전문가가 CEO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내부에 적임자가 없으면 외부에서 증권 전문가를 초빙해 오기도 한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의 계열 보험사에는 여전히 은행 출신 CEO가 많은 것 같다. 카드사는 예전에 은행 내부에서 카드 업무를 하기도 했고, 은행과 카드가 업무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 출신 CEO라 해도 별 문제가 없다.


NH투자증권 CEO 최종 후보가 증권 출신으로 결정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 전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번 농협 사태를 계기로 금융 계열사 CEO의 전문성 문제를 제대로 따져보겠다.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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