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공정위에 '2024년 공정거래 분야 20대 정책과제' 건의

1980년대 탄생한 '동일인 지정제도'가 현재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6일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 '2024년 공정거래 분야 20대 정책과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공정거래 관련 기업들이 가장 크게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규제는 '동일인 지정제도'다. 동일인 지정제도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를 동일인(주로 그룹 회장·최대주주)으로 정의한다. 이를 둘러싼 친인척, 비영리법인·단체, 계열사 특수관계인 등을 통한 소유나 지배관계를 감시하고 규제하기 위해 1986년부터 시행됐다.

한경협.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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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40년 전과 달리 현재 경영 환경은 회장 1명이 기업집단 전체의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했고, 대부분 기업집단이 세계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 간 지원 등이 법적, 감시 체계에 따라 투명해져 도입 취지의 의미가 대부분 퇴색됐다는 평가다.


한경협은 "'동일인 지정'이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도입 시기와 비교해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 기업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동일인 지정제도'는 이미 도입 취지를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동일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은 매년 계열사를 신고해야 하는데, 단순 자료 누락, 오기만으로도 동일인(자연인 한정)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한경협은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의 핵심기업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지주회사 규제도 개선이 시급한 분야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고객 자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자금을 수신하지 않는 여신금융사(카드사, 캐피탈 등)도 보유금지 대상에 포함돼 있어 규제 목적성에 배치된다.


한경협은 단기적으로는 지주회사가 고객 자금을 수신하지 않는 여신전문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트랜드에 따라 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금지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지주회사 체제 밖의 계열사) 투자 제한'도 기업들이 개선을 원하는 규제 중 하나다. 현재 일반지주회사의 CVC 투자조합(CVC)이 투자한 벤처회사의 주식·채권을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가 취득·소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따라서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는 사업시너지가 예상되는 벤처기업이 있더라도 추후 인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CVC에 출자할 유인이 적다. 이는 대기업 자금을 벤처업계로 유도하기 위한 CVC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한경협은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지주회사 등이 아닌 계열사'도 CVC가 투자한 벤처기업의 인수를 허용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 및 공익법인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소속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대기업 공익법인도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원칙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공익법인을 통해 대주주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경협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규제는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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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그동안 공정거래법은 경쟁촉진보다 대기업 규제에 치중하면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경제활력 촉진을 위해 40년이 다 되어가는 대기업집단 규제를 현실과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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