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로 '낙서 테러'를 벌인 10대 남녀 청소년이 나흘 만에 붙잡혔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누군가로부터 "불법영상 공유 사이트를 낙서로 쓰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진술해 경찰이 낙서 의뢰자를 추적 중이다. 사건 다음 날 같은 방식으로 모방범죄를 저지른 20대는 "관심을 받고 싶어 낙서를 했다"고 털어놨다.


'낙서 테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경복궁 고궁박물관 방향 담벼락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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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함부로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한다.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인 1794년 성난 군중이 무수한 예술품을 파괴하는 것을 본 투르 앙리그레구아 주교가 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Vandals)의 로마 침략에 빗대어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반달리즘은 전쟁이나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마다 매우 빈번히 나타났다. 특히 종교적·민족적 갈등은 반달리즘을 부추기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기원전 3세기 사상 통제를 위해 책을 불태우고 수백 명의 유생을 생매장한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나, 기원전 4세기 나쁜 짓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다며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을 불태운 '헤로스트라투스 방화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종교개혁 이후 유럽에서는 신교도들이 가톨릭 성당의 조각상과 벽화 등을 파괴하는 행위가 자주 발생했으며, 라틴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의 정복자들은 그곳에 있던 원주민의 신전을 파괴하기도 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2001년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상숭배금지 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52.5m, 32m 높이의 바미안(bamiyaan) 마애불 2개를 파괴한 일, 2015년 이슬람 국가들이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팔미라 등에서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유적들을 파괴한 일 등도 현대의 대표적인 반달리즘 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폐불(廢佛) 정책으로 사원과 석불, 석탑, 불화 등을 파괴한 대규모 반달리즘 사례가 발견된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에 의한 자행된 문화재 파괴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던 귀중도서 등 문화재를 약탈하고 불을 지른 것도 마찬가지다. 2008년엔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방화하는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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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훼손된 경복궁 담장은 세척과 색맞춤 등 낙서 제거 작업을 거쳐 내년 1월4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외곽 순찰 인력을 늘리고 외곽 경계를 모니터링하는 폐쇄회로(CC)TV 등을 설치해 보다 견고한 방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국가유산에 낙서하는 행위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홍보와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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