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 새로운 위기가 감지된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복귀하면서 안정되는 줄 알았던 오픈AI가 거버넌스의 변화로 인해 오히려 경쟁 당국의 사정권에 올랐다.
당국의 관심사는 비영리 재단인지, 영리법인인지 여부다. 오픈AI의 정체성에 대한 검증에 나서는 것이다. 해임 사태와 AI 개발론자인 올트먼의 복귀가 당국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그와 함께 MS가 오픈AI 이사회에 합류했다는 점과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점 등에서 오픈AI가 비영리법인인지 다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130억달러나 투자하면서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오픈AI가 비영리 재단이어서다. 경쟁 당국도 같은 이유로 오픈AI를 속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오픈AI는 겉에서 보면 비영리법인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지배구조를 일반기업과 다르게 구성했다. 오픈AI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이사회가 존재한다. 이 이사회는 자선단체(501(c)(3))이자, 비영리법인인 ‘오픈AI Inc.’를 관리하고 있다. 이 법인의 자회사로는 인력 등 관리회사인 ‘오픈AI GP‘와 영리법인인 ’오픈AI 글로벌’이 있다. MS는 오픈AI 글로벌의 2대 주주지만, 이 두 회사의 소유권과 통제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인공 일반 지능(AGI)을 구축한다’는 오픈AI의 창립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이상적 지배구조다. 이런 독특한 구조는 오픈AI의 창업자이자, 얼굴마담인 올트먼을 예고도 없이 해고하면서 그 힘을 드러낸 바 있다.
반면, 각 법인의 매출액을 보면 오픈AI는 영리법인에 가까워 보인다.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오픈AI Inc.의 지난해 매출액은 4만4485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오픈AI 글로벌의 2017년 매출액은 332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생성형 AI의 대표주자가 된 챗 GPT 3~4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 매출액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오픈AI의 매출액을 10억달러로 추산한다(더 인포메이션). 특히 올트먼은 내년부터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AI 장터인 ‘GPT스토어’를 연다. 비영리 재단이라면서도 메타처럼 거대 언어 모델(LLM)을 오픈 소스로 내놓고 있지 않으며, 최근 앱 마켓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처럼 GTP스토어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하려 하고 있다. 서비스 상업화를 위해 이사진도 새로 바꿨다. 과연 오픈AI를 비영리 재단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오픈AI는 자신을 비영리 재단으로 정의한다. 이를 바꿀 생각도 없어 보인다(CNBC, 12월 12일). 오히려 당국의 조사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버넌스 상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남모르게 보완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배구조 상 MS의 역할에 대해 기존 ‘소수 지분 보유자(minority owner)’에서 ‘소수의 경제적 이익(minority economic interest)‘으로 변경(매트 레빈 칼럼니스트, 블룸버그, 12월 12일)했다. MS가 오픈AI와 분리돼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대관 업무를 위해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전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를 이사진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오픈AI의 창립 목적에서 수사를 걷어내면, 이익을 연구·개발에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여타 일반 기업들의 업태와 다를 바가 없다. 일반 기업들의 제품들도 인류를 이롭게 하기에 팔린다.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를 고수하는 것은 그저 당국의 눈길을 피하고 세제를 줄이기 위한 꼼수였던 것은 아닐까. 오픈AI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닌 것 같다.
황준호 국제1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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