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처럼 살고 싶지 않다'…40대 매료시킨 200년 전 쇼펜하우어의 충고
'쇼펜하우어' 서적 베스트셀러 정상
'인생은 고통' 직설 조언
40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힘든 시기
“인생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최대한 빨리 죽는 것이 차선이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의 말이다. ‘행복은 꿈일 뿐, 고통은 현실이다’ 등의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비관론자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행복에 관한 깊은 통찰로 “모든 희망을 잃고도 진리를 추구한 유일한 인물”이란 평을 받으며 숱한 거장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톨스토이는 그를 ‘가장 위대한 천재’라 칭하며 “나는 쇼펜하우어를 읽으며 여태껏 한 번도 몰랐던 강력한 기쁨을 만끽했다”고 했고, 니체는 쇼펜하우어를 보고 철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 외에도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헤르만 헤세 등이 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는 2023년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현재 서점가에서는 수 주째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강용수 저자가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을 쉽게 풀어낸 내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쇼펜하우어가 직접 쓴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페이지2북스)’는 11월 4주 차 교보문고, 예스24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종합 4위를 차지했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포레스트북스)’는 예스24 7위, 교보문고 14위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약 15만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4만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5만부)’로 집계됐다.
흥행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도했다. 교보문고 11월 2주 차 집계에 따르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40대 이상 구매자 비중은 76.1%에 달했다. 그중 40대 비중은 55%였다. 쇼펜하우어에게 40대는 인생의 고통과 행복에 천착한 시점이며,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깨달음이 현시대 40대의 관심을 끈 것으로 추정된다. 본인을 43살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30대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반복해서 도전만 하는 삶이 아니라 찰나를 살고 싶었다”며 “쇼펜하우어의 책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밝혔다.
인생 곡선의 ‘전환점’에 자리하기 마련인 40대. 쇼펜하우어는 무한 성장을 추구하다 자신의 삶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는 40대가 돼서야 비로소 가능한 통찰을 전한다. 쇼펜하우어는 책을 통해 ‘행복이란 단어를 제거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며 행복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이어 더하고 채워서 행복해지려는 이들에겐 ‘부자가 되기보다 가난하지 않겠다고, 건강해지기보다 병에 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라’고 인식 전환을 권한다. 남들만큼 행복하겠다고 인내하던 이들에겐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게 인내가 아니다. (중략) 남이 하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동반 자살이나 다름없다’고 조언한다. 또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하는 자기 인식이 행복의 전제조건’이라며 200년 전 이미 메타인지 개념을 설파했다.
40대 인생의 고민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현정 유노북스 편집팀장은 “쇼펜하우어에게 40대가 인생의 분기점이었는데, 지금의 40대도 환경, 감정, 커리어, 인생관 등이 바뀔 수 있는 인생의 분기점이다. 그렇기에 쇼펜하우어의 말이 더욱 와닿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 역시 “40대는 생존 레이스에서 서서히 승패가 가려지면서 노년의 불안에 휩싸이는 시기다. 불안이 삶을 지배할 때 쇼펜하우어 철학은 위안을 준다”며 “품위를 유지할 정도의 자산과 정신 탐구로 얻은 내면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가르침은 물질적 천박함에 매여 있는 우리 삶에서 한 줄기 빛을 던져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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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화법이 적중했다는 평가도 있다. 최한솔 페이지2북스 편집자는 “‘인생은 고통’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직설적 조언이 ‘다 잘 될거야’ ‘괜찮아’ 식의 무책임한 위로에 싫증 난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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