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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건강]선택적 함구증 아이, 말 강요 대신 공감과 치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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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가 방송을 탄 적이 있다. 진료실에서도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중 일부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지고 있다. 최근 진료실에 온 아이는 유치원생이었는데 질문을 몇 차례 해도, 흥미로운 장난감을 보여줘도 모두 외면한 채 의자에 뒤돌아서 앉아있기만 했다. 같이 온 아빠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이렇게 있지만 집에서는 장난기가 많고 너무나도 수다스러운 아이라고 했다. 그러나 병원뿐만 아니라 유치원에 가서도 갑자기 조용해지고 아무 말 못 하는 아이로 돌변한다고 했다.


[100세 시대 건강]선택적 함구증 아이, 말 강요 대신 공감과 치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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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라도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서로 많이 다르다. 같이 사는 가족에게 집에 있을 때만 말을 하는 아이도 있는 반면 학교에서 친한 친구 한두 명에게 간단한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도 있다. 말을 하지 못해도 끄덕이거나 고개를 젓는 등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선택적 함구증은 말을 하지 ‘않는’ 증상이라는 오해를 흔히 받는데, 사실을 말을 하지 ‘못하는’ 증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못한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있어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불안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친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장소에서는 불안이 높아져서 얼어붙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러한 불안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다소 편차는 있지만 선택적 함구증은 보통 100명 중 1명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아주 흔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흔하지 않은 만큼 주변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벙어리로 오해받기도 하고 원래 말을 하지 않는 아이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족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어떻게든 말을 하게 강요하는 것이다.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게 만들기보다는 마음이 편해지기 전까지는 억지로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도 이미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지 않게 생각할까 봐 충분히 신경 쓰고 있다.


선택적 함구증이 의심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이러한 증상이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렇다, 어려서 그렇다, 크면 좋아진다는 생각은 아이의 증상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 가능한 한 빠르게 병원을 찾고 전문가를 만나 평가 및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증상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놀이치료, 행동치료 등의 비약물적 치료와 더불어 불안을 줄여주는 약물치료를 한다. 약을 사용하는 것이 망설여질 때는 비약물적 치료를 먼저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증상의 호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약물치료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좋다. 부모는 말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압박을 주지 않도록 하고, 말하는 것이 힘든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면 도움이 된다. 낯선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의사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알아주고 칭찬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전보다 선택적 함구증에 대한 인식이 생겨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병원에 빠르게 오는 편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불안 장애 중에서도 증상이 심한 편이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말을 못 해서 생기는 또래 관계의 문제, 학업 문제가 점점 커진다. 말하지 못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아이의 어려움을 빠르게 발견하여 불안을 줄일 수 있게 적극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이태엽 교수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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