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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걸린 中경제]⑩"반시장적 정책리스크 여전…우려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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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인터뷰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발전해나가겠다는 목표가 뚜렷합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여러 민영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단 보완적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경기 회복세가 부진하자 시진핑 주석 체제에서 강조돼온 '국진민퇴(국영기업을 육성하고 민영기업은 축소)' 기조와 상반되는 민간기업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대응 수단일 뿐, 시장 친화적인 기조로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란 설명이다.

시진핑 주석의 반시장적 정책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된 상황에서,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중국 정부는 미국 견제를 돌파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싸움을 할 것"이라며 "중국이 큰 나라여도 한국, 미국, 일본, 대만이 분업해서 하는 반도체 산업을 혼자 해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미국에 치우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다른 동맹, 파트너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본마저 돌아서면 한국은 유일하게 중국과 대립이 커지는 국가가 되는데, 이는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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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최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영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던 '국진민퇴' 기조가 '민진국퇴'로 바뀔 가능성이 있나.

▲현재까지 나온 중국 정부의 정책들은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단 '민간기업 달래기' 또는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보완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중국 경제 상황에 따라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민영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뀔 수는 있지만, 아직까진 정책 전환이라고 보긴 힘들다.

-중국이 민간기업 부양을 위해 '민진국퇴' 쪽으로 더 갈 수 없나.

▲중국은 (경제) 개방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외관계법, 반간첩법 등을 내세우면서 도리어 개방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개방의 필요함을 느끼더라도 미·중 갈등 속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미국 자본주의가 가지는 폐해를 지적하면서 '금권이 정권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민영기업으로 대표되는 경제 엘리트가 영향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에 정치적 측면에서 불만과 우려가 있었을 거다. 그러다 보니 '민진국퇴'를 이야기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국진민퇴'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를 선언하고 '국진민퇴'를 내세우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 달성 목적이 아닌가.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세 번째 연임을 달성한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건국 100주년인 21세기 중엽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이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발전해나가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단지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정책적 우선순위는 변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공동부유보다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 대응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중 첨단기술 패권 경쟁, 중국에 쉽지 않은 싸움"

-첨단기술 분야를 둘러싼 미·중 경쟁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첨단과학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앞선 것도 있고, 미국이 앞선 것도 있다. 단 어느 분야든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게 반도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기 위해 많은 예산 투입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 분업화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칩4(한국·미국·일본·대만)'가 분업해서 하는 일을 혼자 해내야 한다. 중국이 큰 나라여도 힘들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속도가 중요하다. 삼성전자나 TSMC가 2년 전에 개발한 기술을 중국이 따라잡는다고 해도 그때쯤이면 삼성전자나 TSMC는 한단계 더 나아가 있다. 중국이 기술을 쟁취할 수 있지만, 경쟁력 측면에선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자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까지 제한할 예정이다. 미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은 건가.

▲기술 패권에 관한 경쟁은 아직 누가 이긴다고 말하긴 어렵다. 단지 현재까지 국면으로 본다면 미국과 동맹·파트너 국가들이 중국에 비해 조금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 같다. 중국이 일시적으로 다른 해법을 찾는다고 해도 미국이 그것을 막기 위한 또 다른 제도로 압박할 거다. 미국이 글로벌 규범과 질서를 중국에 강제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이 최근 미국의 견제에 맞서 갈륨,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의미는.

▲중국도 미국과의 협상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압박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자신들도 전략적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지도부 인사와 기업에 대한 제재 완화다. 미국이 다양한 고위급 협상을 제안했지만 중국은 경제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재무부나 상부무는 환영하고, 국방부는 거부하면서 선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장이 미국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 등 세계 광물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입장에서도 중국 대체국을 찾긴 어려운데.

▲중국의 원재료 공급, 대량 생산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는 당장 찾기 어렵다. 베트남 등 아세안(ASEAN) 국가들도 중국을 충분히 대체한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중국의 커다란 시장을 포기하고 싶은 나라는 많지 않을 거다. 유럽연합(EU) 등 일부 파트너들이 미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불만을 표했고, 이는 미국이 디리스킹(위험제거)으로 돌아서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는 요인이 됐다.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탈퇴를 검토 중이다. 일대일로는 성공할 수 있나.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지정학적 수단을 쉽게 포기하진 않을 거다. 유럽에서 일대일로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나타날 순 있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들에겐 매력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활용해 국제 사회의 우방을 확대하고, 저개발 국가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할 거다. 문제는 (일대일로를 통해) 개도국이나 저개발 국가가 만족할만한 부의 분배가 나타날 것이냐인데, 이는 중국이 충분한 재정 여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중국 경제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들을 도와줄 여력이 있느냐가 핵심 척도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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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중국이냐…이분법적 선택 안 돼"

-우리나라는 최근 미국에 많이 치우치는 모습이다.

▲미국의 다른 동맹,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즉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국가적 선택보다는 현안별로 한국의 가치와 국익이 어디 있는지 따져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EU의 주요 국가들과 호주, 일본의 행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다른 미국 동맹·파트너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하나.

▲다른 국가들은 다자 외교에선 가치, 인권 등 문제와 관련해 선명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낸다. 그렇지만 양자 외교에선 가치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한다. 이를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한다. 여러 나라가 한꺼번에 의견을 내면 중국도 어느 한 나라만 제재하지 못한다. 2019년 홍콩 문제, 2020년에 신장 위구로 문제 때도 유엔에서 여러 나라가 함께 의견을 내니 중국이 제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양자 외교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거나, 한국 혼자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가면 문제가 생긴다. 다자 외교와 양자 외교를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너무 중국을 '손절'해버리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너무 이분법적이다. 다른 나라는 절대 이렇게 하지 않고 현안별로 어느 나라와 손잡을지 선택한다. 한국이 (중국 쪽으로) 어느 정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하더라도 미국이 다른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굳이 한국만 찍어누르진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 미국의 주요 동맹, 파트너 국가들이 전부 중국과 대화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 만약 일본도 그렇게 하면 한국만 유일하게 중국과 대립이 커지는 국가가 된다. 이는 외교적 부담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중국이 없는 걸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한국이 가지는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야 한다. 중국도 만약 한국이 급격히 미국 쪽으로 기울면 동북아 지역 전략에 손실이 날 수밖에 없고, 북한을 다루기도 더 어려워진다. 중국은 경제적, 전략적 이유로 한국과 일정 수준의 협력을 원하고 있으니 한국이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개혁 부진, 美 압박 확대…中 경제 우려 쌓인다

-최근 중국 경제는 부동산, 내수, 외국인 투자가 모두 부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절 중국이 미국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 측면이 있다. 당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정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건 경제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이 양보하면 미·중 관계가 다시 원만해질 거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양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부동산 개혁을 잠시 멈췄다. 그런데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가 장기화하니 중국 입장에선 기존 불안 요인이었던 금융·부동산 개혁은 미진한 채로 남아있고, 미국의 압박은 더욱 커진 상황에 몰렸다.


-앞으로 중국 경제 전망은.

▲미국의 첨단산업, 과학기술에 대한 견제가 커지니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다.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거란 '피크 차이나' 분석도 많다. 이게 현실이 될지 안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인구 감소에 따른 고령화 사회 진입과 금융·부동산 개혁 부진, 중국 정부의 명확하지 않은 대응책 등은 중국 경제에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대담=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정리=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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