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원전에서 광어를 키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도쿄전력 직원 야마나카 가즈오(山中和夫)씨는 최근 NHK와의 인터뷰에서 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직무가 광어 양식업으로 바뀌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원래 그는 원전 내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는 베테랑 관리 책임자였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기르는 광어의 모습. 오른쪽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 수조다. 도쿄전력은 유튜브 계정 실시간 방송을 통해 광어들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이미지출처=도쿄전력 유튜브 채널]
그가 키우는 광어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오염수와 해수를 섞은 물속에서 산다. 매일 실시간으로 유튜브에 생중계되는 광어들의 생활은 도쿄전력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곳을 방문해 광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도쿄전력이 광어를 키우기 시작한 이유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후쿠시마 어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방류할 오염수로 기른 광어가 잘 살아서 멀쩡히 움직이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광어의 건강까지 증명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매일 광어의 컨디션을 체크해 공개한다. 수많은 방사능 전문가들과 수의사들까지 동원돼 매일 광어들의 건강을 구석구석 살핀다.
그러나 이러한 정성과 달리 광어 유튜브는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전혀 돌리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어민들을 비롯해 조합원 30만명이 소속된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까지 방류 반대 성명을 냈다. 쓸데없는 짓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비과학적이고 과장된 공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다그치는 모습부터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은 전례 없는 원전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처벌 없이 또다시 원전 운영과 오염수 방류의 주체가 된 도쿄전력과 이를 승인해준 정부 모두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30년간 계속 흘려보내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례조차 없는, 역사상 처음 실시되는 해상 방류다. 아무리 IAEA가 안전성 검증을 했다고 해도 30년간 해양생태계와 실제 인체에 어떤 문제점을 야기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가 그저 과장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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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에 키운 광어도 잘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거나, 노량진 수조 물을 떠먹어 봤는데 별일 없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 모두 잠깐의 ‘쇼잉(Showing)’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지 주민들이 안고 있는 불안감과 공포에 대해 먼저 공감하고, 대화를 듣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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