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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태양광에 드리운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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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가 태양광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홀로 역주행 기어를 넣고 있습니다. 중소·중견 모듈 기업들은 대부분 가동을 중단하고, 창고에 쌓인 재고 높이가 하늘에 닿을 기세로 올라갑니다. 태양광산업 생태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태양광산업협회가 얼마전 정부에 공개적으로 호소문을 보냈다. 탄소중립 시대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로 손꼽혔던 태양광산업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에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호소문의 내용을 짧게 옮겨보자. "지난 1년간 재생에너지 보급 환경은 계속 악화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축소,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의무공급 목표 하향 조정,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실시, 보상대책 없는 출력제어 확대 등 직격탄을 맞았다", "태양광 설계조달시공(EPC) 업체의 30~40%가 도산에 직면했다"


RPS제도가 시행된 2012년 이후 국내 태양광 발전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설치용량 세계 7위까지 올랐다. 유휴농지나 저수지, 도심 건물과 아파트에 태양광 패널이 속속 들어섰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계는 서서히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었다.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세계 배터리&충전 인프라 엑스포-2023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태양광 패널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세계 배터리&충전 인프라 엑스포-2023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태양광 패널을 보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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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 뛰어들었던 기업들도 사업을 접었다. 2006년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한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유일 잉곳·웨이퍼 기업 웅진에너지가 파산했고 LG전자도 태양광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전국에 난립하고 있는 태양광 시설 이면에는 비리도 숨어있었다. 감사원과 금감원의 대대적인 감사와 조사로, 부당한 인허가 비리가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태양광을 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다른 나라 상황은 어떨까.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이 없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태양광 시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다.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을 미국 전력의 30%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7개국(G7)도 지난 4월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1테라와트(TW)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세계 태양광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 소재부품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중국도 국가 주도로 관련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세계 태양광 분야 투자액은 약 3800억 달러(약 503조원)로 처음으로 석유 시추 투자액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탈탄소 시대로 전환하면서 새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떠올랐다. 원전이 될지, 수소가 될지, 태양광이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느 하나만 고집해서도 안 된다. 석탄만 쓰던 영국 전함에 석유를 사용토록 주장했던 윈스턴 처칠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영국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오직 다양성(only variety)"이라고 말했다. 여러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을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는 없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졌다면, 설치나 유지·보수와 같은 사업에서 주도권을 가져오면 된다. 정부와 기업이 중장기 육성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세계적 흐름에서 도태하지 않으려면, 과거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다는 식으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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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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