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째 합산영업익 1조…가계통신비 7.1%↑
새 요금제 냈지만 실제 혜택 적어
통신 3사가 2분기에도 호실적을 내며 6분기 연속 합산 영업이익 1조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통신사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대신 소비자 지갑이 가벼워졌다. 통신비는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통신비 지출은 작년보다 7.1% 올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8일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를 보면 올해 2분기 통신 3사 합산 영업이익은 1조2657억원이다. 작년 2분기보다 8.4%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작년 통신 3사는 합산 영업이익은 최대 기록을 세웠다.
SKT는 2분기 매출 4조4139억원에 영업이익 4899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과 비교해 각각 2.9%, 6.6% 성장이다. KT는 지배구조 이슈에도 불구하고 매출 6조5260억원에 영업이익 4941억원으로, 각각 3.4%, 7.6% 늘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매출 3조5134억원, 영업이익 2817억원으로 매출 3.8%, 영업이익 13.4%가 증가할 전망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4조383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세운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통신 3사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해 8월 5G 중간요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최근 37~99GB 월 6만원대에서 5G 중간요금제를 내놓는 등 통신비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익성에 치중해 요금을 설계한 탓에 통신비 인하 효과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막 출시된만큼 2분기 실적에 중간요금제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요금제를 채택하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용자는 고가 요금제 가입자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고가 요금제는 세컨드 디바이스 요금 무료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해 6만원대 요금제로 낮출 유인이 크지 않다. 오히려 5만원대 요금제 이용자가 몇천원만 더 내면 데이터 수십GB를 더 받을 수 있어 비싼 요금제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간요금제를 처음 출시했을 때도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올라 오히려 통신사들이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평가다. ARPU는 이용자들이 가입한 요금제의 평균값으로, 무선 사업 이익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저렴한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고 무선 회선만 집계하는 KT의 ARPU를 보면 중간요금제 도입 직후인 작년 3분기 3만2917원으로, 전분기 대비 1.5% 늘었다. 올해 1분기 ARPU는 3만3771원으로 중간요금제 도입 이전과 비교하면 4.1% 증가했다. 중간요금제를 처음 출시했을 때 SKT, LG유플러스의 ARPU는 줄었지만, 증권사들은 IoT 회선을 제외하면 상승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정부 조사에서도 가계통신비 부담은 오름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3만285원으로, 작년(12만1676원)보다 7.1% 늘었다. 가계통신비에는 단말기 가격과 통신 요금이 합쳐져있다. 이런 이유로 통신 요금 인하를 위해선 새로운 요금제 출시보다는 근본적인 통신 요금 인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모든 요금제 가격을 한꺼번에 내리거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4년 시행된 단통법은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시장 경쟁 과열로 보조금을 무분별하게 살포하면서 구매처, 유형에 따라 휴대폰 가격에 차이가 컸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경쟁 열기가 식고, 통신사들이 지원금 경쟁에 소극적으로 나서며 전체적인 단말기 구매가가 올라가는 효과를 낳았다. 또 음지에서는 여전히 불법보조금을 줘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또 통신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 3사는 28㎓ 대역 투자를 포기하고 주파수를 반납했다. 통신사들은 5G 출시 당시 'LTE(4G)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를 했다.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5G 서비스가 바로 28㎓ 주파수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현재 통신사들은 28㎓보다 속도가 느린 3.5㎓ 주파수로 5G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LTE와 5G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28㎓ 서비스가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이 허위, 과장 광고를 한 것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정부가 28㎓ 주파수를 회수하며 '20배 빠른 5G'라는 통신사가 광고했던 품질에 미치지 못하게 됐는데, 그동안의 수익을 반환하거나 요금을 내리는 움직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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