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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총장실 진입시도’ 전 상지대 학생회 간부들 6년 만에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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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행위 요건 갖춰 위법성 인정 안 돼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던 전 총학생회 간부들이 업무방해죄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건 발생 9년 만, 대법원 심리가 시작된 지 6년 만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상지대 총학생회장 윤명식씨(34)와 전 총학생회 대외협력국장 전종완씨(34)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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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정당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사학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이사장 김문기씨가 21년 만에 상지대 총장으로 복귀해 학내에서 '총장 퇴진운동'이 한창이었던 2014년 9월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총장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교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고인들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행사했고,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공익을 위한 목적 아래 벌어진 행위였다"며 "형법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당시 총학생회가 총장 선임의 위법·부당함에 관한 의견 개진을 위해 교내에서 집회·시위를 하면서 꾸준히 총장 면담을 요구했고, 학교 측 요구에 따라 학생지원처나 총장 비서실을 통해 총장 면담 신청 절차도 거쳤지만 총장 측이 학생들의 집회·시위를 위법하다고 간주하고, 총장 사퇴를 위한 총장 면담 신청은 면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총장과 대면하기 위해 총장실이나 교무위원회 회의실 진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진입 시도 과정에서도 피고인들을 비롯한 학생들은 적극적인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진입을 막는 교직원들이나 교수들과 사이의 실랑이도 과격해지거나 폭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행위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췄다고 보이므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도 이들의 행위가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인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교법인 상지학원은 1994년 4월 전 이사장인 김문기가 상지대학교의 부정입학과 관련된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됨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선임한 임시이사들에 의해 운영된 이래, 종전 이사 체제 시 학교 운영에 관여했던 이른바 '구재단' 측과 임시이사 체제 시 학교 운영에 관여해 온 학내구성원 측의 갈등이 계속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던 중 김문기가 2014년 8월 14일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되자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면서 김문기 등 구재단 측과 갈등을 빚게 됐다"며 "김문기의 비위행위 이후로 상지대학교 운영과 관련한 갈등이 약 20년간 봉합되지 않던 중 구재단 측을 상징하는 김문기의 복귀로 갈등이 악화돼, 학교 운영의 파행이 학생들의 피해로 돌아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이 자명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014년 9월경부터 대학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갈등을 재점화한 김문기와 대화를 꾸준히 요구했으나, 학교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면담이 실질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다"며 "이와 같은 목적, 경위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이 분쟁의 중심에 있는 김문기를 직접 찾아가 면담하는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판단 아래 김문기와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막아서는 사람들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것은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의 학습권이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라는 측면에 비춰 법익균형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학습권 침해가 예정된 이상 긴급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취해본 후에야 면담 추진 등이 가능하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보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2015년 5월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은 4개월여 만에 끝났고, 2015년 10월 말 시작된 2심 재판은 약 1년 3개월 만인 2017년 1월 마무리됐지만, 대법원 상고심이 2017년 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6년 넘게 이어져 결국 사건 발생 약 9년 만에야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왔다.


한편 교육부는 2015년 3월 계약직원 부당채용 등 이유를 들어 상지학원에 김 전 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상지학원은 김 전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가 교육부의 계고장을 받은 뒤 해임안을 가결했다.


김 전 총장은 불복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2021년 9월 최종 승소했다. 상지학원이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징계해 무효라는 이유였다. 김 전 총장은 같은 해 12월 별세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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