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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냐, 부산갈매기냐…흥행 이끄는 '엘롯라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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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스 vs 롯데자이언츠 야구 라이벌전
5년 만에 평일 3경기 연속 2만 관중 돌파
단순한 스포츠 경기 넘어 사회·문화적 의미

"당연히 LG가 이기는 것 아닙니까?" "야구는 롯데입니다. 지금 기세 한번 보십쇼"


지난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입을 모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한다고 말했다. 30년 롯데 팬이라고 밝힌 직장인 김형원(54) 씨는 "LG랑 롯데랑 무슨 라이벌입니까, 롯데 라이벌은 없습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MBC 청룡' 시절부터 LG트윈스 팬이라고 말한 최명환(44) 씨 역시 "요즘 야구 잘 안 보십니까, LG 상승세 몰라요?"라고 반문하며, LG트윈스가 이긴다고 단언했다.

지난 31일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야구장. 사진은 LG 응원석에서 환호하는 관중들. 사진=한승곤 기자

지난 31일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야구장. 사진은 LG 응원석에서 환호하는 관중들. 사진=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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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 '엘 클라시코'가 있다면, 한국에는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라이벌전 '엘롯라시코'가 있다. 팬들이 빗대어 만들어낸 말이지만, 양 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어느새 프로야구 대표 라이벌전으로 자리 잡았다. 두 팀이 맞붙는 날이면 연차를 써서라도 야구장을 찾는 직장인들이 있을 정도다.


또 롯데를 응원하는 부산 팬들은 기차를 타고 잠실로 원정을 온다. 롯데 팬들은 잠실야구장을 '제2의 사직구장'이라고 부른다. 응원전에서만큼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엘롯라시코'이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사회·문화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지난 31일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야구장 1루 출입구 매표소. 오후 6시 퇴근 시간 무렵에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지난 31일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야구장 1루 출입구 매표소. 오후 6시 퇴근 시간 무렵에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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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 31일 잠실구장에는 2만1269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매진 기준인 2만3750명에 2481명만 부족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두 팀의 주중 시리즈 1차전인 전날(30일)에도 2만330명의 관중이 잠실을 찾았다. 마지막 3차전 역시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잠실을 가득 채우는 등 5년 만에 평일 3경기 연속 2만 관중을 돌파했다.

'엘롯라시코'로 불리는 라이벌전은 사실 기아타이거즈까지 더해 '엘롯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팬들 사이에서는 각자 선호하는 팀을 우선순위로 두고 '롯엘기', '기엘롯' 등 다양하게 부르기도 한다. 2000년대 이들 팀의 암흑기가 묘하게 겹치면서, 일종의 라이벌전 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이 배경이다. 이들팀은 소위 꼴찌를 면하기 위해 그야말로 처절하게 맞붙었다.


2017년 6월 27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트윈스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엘롯라시코'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기록을 보면, 10회 초 LG는 이천웅의 만루 홈런과 정성훈의 희생플라이로 5득점 하며 승리를 가져오는 듯했지만, 롯데는 다시 10회 말 나경민의 2루타에 황진수가 안타를 치며 득점했다. 이어 신본기의 몸에 맞는 볼, 이우민, 안타, 손아섭 볼넷으로 얻은 찬스에서 김문호가 싹쓸이 2루타를 치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12회 말까지 펼쳐지며 시간은 다음날인 0:05분을 가리켰다. 이른바, '엘롯라시코 대첩' 경기였다. 결과는 1점 차이, 롯데가 11-10으로 승리했다. 5시간 38분 동안 이어진 혈전이었다. '엘롯라시코'를 언급할 때, 야구팬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명승부 경기다.


지난 31일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야구장. 사진은 원정 팀 자리인 3루 쪽 롯데 팬들 모습. 사진=한승곤 기자

지난 31일 LG트윈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야구장. 사진은 원정 팀 자리인 3루 쪽 롯데 팬들 모습. 사진=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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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찾은 LG와 롯데 2차전 경기 역시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뜨겁게 응원하고 있었다. 한 30대 직장인은 "연차 쓰고 부산에서 왔다"면서 "1루에 있는 저 애들(LG 팬 지칭) 울면서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홈 팀이라 1루 응원석에서 만난 한 20대 LG 팬은 "부산갈매기는 부산에서 나는 것 아닌가요"라며 "여기는 서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중 자신도 할 말이 있다고 밝힌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올해 (프로야구) LG가 우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가 올해 잘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제 곧 폭염이 시작된다. 그러면 떨어지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엘롯라시코'를 두고 경제 효과는 물론 한국인들의 집단주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우선 긍정적인 현상이다. LG랑 롯데는 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국구 팀이다"라며 "구장을 찾는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수들은 더 각성해서 경기를 펼친다. 엔돌핀도 돌고, 관중과 선수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프로야구 흥행은 물론 KBO리그 전체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가 강하다. 스포츠 경기가 그런 욕구들을 충족시켜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응원을 하면 일종의 응집력이 생긴다. (경기장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들과도 함께 자기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집단주의 문화가 훨씬 더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대한) 동질성도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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