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경제·사회문제 평론가 마키노 모토히로 씨가 쓴 '부동산(負動産)지옥'이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읽었다. 왜 부동산(不動産)이 아니고 負(마이너스)동산인가. 주택이나 토지 소유주가 관리비, 세금 등을 내는 게 싫어 팔려고 내놔도 팔리질 않으니까, 오히려 자기 돈을 얹어서 가져가라고 해야 할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가격을 산정할 수 없는 빈집이 계속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5년에 한번씩 전국의 빈집 상황을 조사, 발표하고 있다. 2018년 10월 말에 조사한 일본의 빈집 수는 848만채로 일본 전체 주택 수의 1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에 다시 조사하면 빈집 수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보통 빈집이라고 하면 농촌지역이나 지방도시의 인구가 줄면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30㎞ 떨어진 타마신도시는 1970~1980년대에 신도시 붐을 일으켰던 위성도시다. 그런데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노인들만 남아있거나 한 집 건너 비어 있는 빈집 타운이 돼 있다.
빈집이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다. 빈집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구미 선진국에서와 같은 기존 주택의 공동화 방지 대책 없이 해마다 80만채가 넘는 주택을 새로 짓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큰 이유다. 빈집 소유자가 사망했을 때 상속자 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서, 빈집을 해체하고 나대지로 갖고 있을 경우 세금 부담이 늘어나서 등도 빈집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을 못해 낡은 아파트단지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에서는 아파트를 구분소유주택이라고 부른다. 구분소유주택을 재건축하려면 주민의 80%, 완전 철거하려면 10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그 만큼의 동의를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재건축의 경제성, 소유주의 고령화, 상속된 아파트일 경우 상속자들 간 합의의 어려움 등이 배경이다.
재건축을 못한 아파트들은 슬럼화되고 빈집 예비군이 될 수밖에 없다. 노후 아파트는 주변 지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니혼대학 시미즈 치히로 교수가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어느 지역에서 건축된 지 20~25년 정도 지난 아파트가 1% 증가하면 그 지역의 지가가 4%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빈집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 토지주택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주택 1843만500채 가운데 빈집은 8.2%에 해당하는 151만1300여채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106만9000채)과 비교하면 무려 41%나 늘어난 물량이다. 심지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르다.
도심에도 빈집이 생기고 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젊은층들이 원도심에서 신도심으로 이주하면 원도심의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원도심을 떠나지 않은 주민들은 고령층이나 고령 1인가구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망한 후 상속인이 주택을 물려받지 않으면 빈집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파트의 슬럼화 문제는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걱정이다. 일본 전체 주택 중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대규모 아파트 비율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전체 주택중 아파트의 비율은 63%에 이른다. 아파트에 살려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 비율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도시를 지나면서 벌판에 고층 아파트가 서 있는 걸 보면 10년, 20년 후에 우리 손주들이 그걸 처리하는 문제로 얼마나 고생할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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