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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인데도 수업 들어갑니다"…日 교원부족에 '담임'없는 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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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학교 교원 부족 사회 문제로 떠올라
열악한 여건에 극성 학부모 늘며 중도퇴직↑

일본 각지의 공립학교에서 교원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학급을 맡을 담임교사가 없어 개학날 자습을 해야하는 교실이 생기는가 하면,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교감이 직접 수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개선되지 않는 근무 여건 속에 불합리한 요구나 불평을 늘어놓는 학부모들까지 늘면서, 학교가 이른바 '블랙 기업'과 같은 기피 직장이 됐기 때문이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개학 시기인 지난달, 수도권 공립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급 담임을 배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문에 개학 날 수업 대신 해당 학급은 자습 시간을 가져야 했다. 심지어 체육 시간의 경우 담임이 없는 학급까지 도맡아 70명의 아이를 상대로 수업을 해야 하는 사태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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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 다른 구립 초등학교에서도 지난달 결원이 생겨 부교장부터 다른 교원이 번갈아 수업에 들어갔다. 대체 인력을 찾기 위해 퇴직한 교원에게 와줄 것을 간청했으나 첫 출근을 마치고 바로 "역시 그만두는 것이 맞을 것 같다"라며 거절당했다.


이같은 일손 부족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바현의 한 시립 초등학교는 전학 아동이 늘어 학급을 늘렸지만, 정작 교원 수를 확보하지 못해 교감이 수업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담임을 맡지 않는 교무부장도 업무와 병행하며 담임을 맡고 있어, 업무 과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실제로 도쿄도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개학일인 지난달 7일 기준 도쿄 도내 공립초 1269곳에서 80여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명 증가한 숫자다. 아사히는 "임용 시험에서 합격자를 늘렸으나 병이나 전직으로 퇴직하는 수가 더 많아 결원이 발생했다고"고 분석했다.

비단 초등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사히가 교원 인사권이 있는 47개 도도부현 교육위원회, 그리고 20개 정령시(인구 50만 도시 중 정부가 지정한 대도시) 교육위 등 68개 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4월 시점 초·중·고 교원 부족 상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 34개 기관에서 1494명의 교원 결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사가 완전히 기피 직종이 됐기 때문이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개혁이나 처우 개선은 되지 않고 있는 데다, 노동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젊은 교사가 생각보다 힘든 상황을 겪다 정신적으로 지쳐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사히에 전했다.


일본 돗토리 대학 부속초등학교의 입학식.(사진출처=돗토리 대학 부속초등학교 홈페이지)

일본 돗토리 대학 부속초등학교의 입학식.(사진출처=돗토리 대학 부속초등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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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로 학교에 자주 불평이나 불만을 넣는 학부모를 뜻하는 '몬스터 페어런트'가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한 온라인 매체가 다룬 퇴직 교사 인터뷰에서는 "아이가 성격이 예민해서 담임이 바뀌면 안 되니, 내년에도 우리 아이의 담임을 맡아달라"는 요구부터 "아이에게 훈계하지 말라"며 학교를 찾아오는 부모 등 몬스터 페어런트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도쿄의 유명 명문 사립학교에서 몬스터 페어런트가 지속해서 학교에 담임 교체를 요구, 교사가 징계 발령 이후 자진 퇴직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다른 학부모들이 퇴직 철회 서명을 받았던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영향으로 공립학교 교원의 정신질환 휴직자도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공립학교 교직원 인사행정상황조사'에 따르면 2021년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사는 5897명으로 조사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으로 한 달 이상 병가를 낸 사람을 합치면 1만944명으로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이유로 휴직한 교사가 1990년도에는 1017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현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중도 퇴직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입 숫자도 점점 줄고 있다. 강사 파견 기업 도모노카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를 지망했던 대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를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이 길고, 행사나 동아리 활동 등으로 휴일 출근이 많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3.6%로 1위를 차지했고, "공립학교는 야근 수당 등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9.2%였다.


이 때문에 교사 자격증이 있으나 교단에 서지 않거나 선 경험이 없는 이른바 '페이퍼 티처' 모시기에도 나선 상황이다. 오키나와현은 지난 2월과 3월 페이퍼 티처 세미나를 열고 각 학교 사정을 설명하고 개별 채용 상담을 열기도 했다. 사이타마현도 지난해 세미나를 3차례 열어 교사 경험이 없는 자격증 보유자 일부를 채용했다.


퇴직한 전직 교사에게도 수시로 복귀 요청이 들어온다. 아사히는 정년퇴직한 72세 교사의 사례를 소개했는데, 지난달부터 매일 2~3통씩 전화가 걸려 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73세 교사는 정년퇴직 이후 10년 만에 도쿄 시내 초등학교 담임을 맡게 됐다. 그는 "교장을 맡은 후배들에게 선생이 필요하다고 계속 전화가 걸려 와 거절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뀐 교육환경에 전직 교원이 적응하는 일에도 한계가 있다. 이 고령 교사는 "수업에서 태블릿 단말기를 다루는 방법을 회사원 아들에게 배우고, 체육은 스스로 시범을 보이기 어렵기 때문에 잘하는 아이에게 대표로 나와 시연하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아사히에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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