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내면 세관 서류도 조작”…관세청 비웃는 브로커들
[관세청의 배신]
페루로 간 수입 기업에 접촉한 브로커들
"세관 요구 서류, 돈 내면 만들 수 있어"
관세청은 조작의혹 연루기업 파악 못해
실태파악 위한 질문에는 '조사 중이라…'
관세청이 국내로 수입된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 증빙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우리 수입기업들에게 서류조작을 제안한 페루 내 브로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서는 서류를 샀다는 한국인에 관한 제보까지 있었는데, 관세청은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류를 마련한 기업들 중 일부가 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관세청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6일 아시아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3곳 이상의 수입기업 대표 및 관계자들은 모두 페루의 브로커들로부터 ‘돈을 내고 서류를 조작하자’는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런 제안은 국내 수입기업들이 페루 현지에서 원산지 증빙자료를 구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뤄졌다. 관세청은 국내에 무관세로 수입된 페루산 녹두의 원산지가 불분명하다며, 수입기업들에게 감면받은 관세 607.5%를 토해내라고 통보했다. 이에 한국 수입기업들이 직접 페루로 가 관세청이 요구한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되레 서류를 만들어주는 브로커를 연결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셈이다.
A 수입기업 관계자는 “관세청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달라고 페루 기업에 부탁했더니 차라리 돈을 내고 서류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하더라”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나만 제안을 받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B 수입기업 관계자는 “돈 주고 서류를 사는 기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면서 “페루 기업에서 말하길 한국인들이 서류를 사고 다닌다는데 혹시 원하느냐고 내게 물어봤다”고 폭로했다. 현지 브로커들이 수입기업들에게 서류조작을 대가로 요구한 금전규모는 최대 수천만원에 이른다.
서류조작 가담의혹 몰랐던 관세청…실태파악 질문에 묵묵부답
현지 브로커들이 서류조작을 제안하는 건 그만큼 한국 수입기업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페루 기업과 농민에게 요구한 자료는 은행계좌내역, 송금내역, 회계장부, 세무보고서, 재배명세서 등이다. 영업비밀이라며 페루 기업이 제출을 거부하거나, 농민들이 글을 쓸 줄 몰라 자료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국내 기업들이 페루에서 자료 확보를 설득하고 있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관세청이 요구하는 자료제출이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
수입기업들은 관세청이 서류조작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조작에 가담한 기업이 있다면 정당하게 조사에 임한 기업만 도산 위기에 몰린 꼴이기 때문이다. 실제 관세청이 요구한 자료들을 갖춰 제출한 기업도 있는데, 페루에 직접 다녀왔던 기업인들은 어떻게 모든 자료를 다 받아낼 수 있었는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C 수입기업 관계자는 “물론 어떤 업체는 완벽하게 이 서류를 모두 갖췄을 수도 있다”면서도 “제공하기 어려운 서류들을 요구하니 그럴 바에는 서류조작 같은 방법을 고민하는 기업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나도 뒷돈을 주고 서류를 만드는 게 나았을 뻔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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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현지를 두 차례 조사한 인천세관과 관세청은 이같은 조작의혹과 서류진위 여부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측은 국내기업들이 서류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과 제출조작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관세청 측은 “조사 및 과세절차가 진행 중으로 세부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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