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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사장 결국 사의, KT 경영시계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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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KT 사장, 내정 보름 만에 사임 의사
유례없는 상황, 경영 공백 상반기까지 이어져

"KT의 주인이 정부, 이사회입니까. 주주들이 주인입니다."


KT의 한 OB(올드보이) 인사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차기 대표 후보인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내정 보름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KT에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다. 구현모 대표에 이어 윤경림 사장도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경영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윤경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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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 KT 역사상 유례없는 상황

윤 사장은 22일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사들이 만류했지만, 윤 사장은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로 토로했다고 한다. 윤 사장 사퇴 배경의 원인으로는 정치권 외압이 꼽힌다. KT 이사회 한 관계자는 "정치권 압력 행사가 (윤 대표)가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심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대통령실이 나서서 최후통첩을 날렸고, 검찰과 경찰이 KT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압박한 결과"라며 "자유 시장경제 질서 훼손이 돈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여권은 윤 사장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사장을 두고 '이권 카르텔' '구현모의 아바타' 등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가 구 대표와 윤 사장을 고발하면서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도 적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여러 차례 대표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도 반대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KT 노동조합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전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밟으면서 대주주를 비롯한 기업구성 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함에도 신뢰를 얻지 못해 혼란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KT 노조는 한국노총 IT 연맹 소속으로 KT 전체 조합원의 99%인 1만6000여명이 속한 다수 노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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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공백은 어쩌나

윤 사장의 사의가 받아들여지면 31일 정기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건은 빠진다. 송경민 KT SAT 대표와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의 사내이사 선임 의안도 함께 폐기된다. KT 정관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전원 유고 시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 있다. 구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31일 이후 비상 경영체제가 꾸려진다. 규정에 따라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이 대표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임시직에 불과하다. 새 대표이사가 정해지면 자리를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조직 개편이나 인사, 신사업 추진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장기 목표를 세우거나, 각종 계약서에 마음대로 서명할 수도 없다.


KT 경영 시계는 지난해 11월 8일 구현모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4개월여간 멈췄다. KT가 대표 선임 절차를 다시 시작해도 경영 공백은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빠르게 새 대표 후보자를 선임하더라도 업무 파악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2023년 한 해 장사는 공친 셈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12월 일찌감치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활발하게 달리는 모습과 상반된다. KT의 올해 경영 계획 수립은 백지상태다. 1분기가 다 지나가도록 임원 인사나 조직 개편을 추진하지 못했다. 특히 결정권자가 바뀌면 사업 방향성 자체가 변동되는 신사업의 경우 새로운 시도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KT뿐만이 아니다. KT 대표 선임 지연에 50개에 달하는 계열사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등 계열사는 대표 임기가 끝나지만, 임원 인사 지연으로 새 대표를 선임하지 못하고 있어 덩달아 경영 공백이다. KT클라우드는 투자 유치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앞서 과거에도 KT는 두 차례 경영 공백이 발생했다. 당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했지만, 대표가 공석인 만큼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2013년 말 이석채 전 회장이 임기 중 중도 사임했다. KT는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하는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했다. 지난 2008년에는 남중수 전 사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서정수 전 부사장을 직무대행으로 부사장 5명이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렸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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