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옥스퍼드대 "식기 좀 그만 가져가" 학생들에 경고

자진 신고·반납 기간 운영…이후 절도로 처리
문장 새긴 컵 등 사용 중단 칼리지도

세계적인 명문 대학인 영국 옥스퍼드대가 식기류 '도난'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기념품으로 식기를 가져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학교 문장이 새겨진 식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모들린 칼리지는 최근 학생들에게 식당이나 학교 시설에서 물건을 가져가지 말라고 경고하는 동시에 자진 신고·반납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회계 담당자는 이날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최근 식당 등에서 식기류를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일이 잦아졌다"며 "포크·나이프와 식기류 손실은 용납할 수도 없고, 계속되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여러분에게 가져간 물건을 반납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캠퍼스의 모습. [사진출처=AP 연합뉴스]

담당자는 학생들에게 이틀간의 시간을 줬다. 그는 "10일 금요일 정오까지 JCR 식당에 물건을 돌려주기를 바란다"며 "이후 학생들의 소지품에서 학교 물건이 발견될 경우에는 이를 절도로 간주해 처리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1458년 설립된 모들린 칼리지는 영국 국왕 에드워드 8세가 재학했던 적이 있으며, 작가 오스카 와일드, 영국 보수당 대표를 지낸 윌리엄 헤이그,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등을 배출한 학교다.

이에 앞서 지난주 같은 학교 베일리얼 칼리지는 앞으로 더 이상 학교 문장(紋章)이 새겨진 컵과 식기 받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컵과 같은 물건들을 훔치다가 적발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일리얼 칼리지는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학교 문장이 새겨진 컵과 식기 받침대를 더 사용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면서 이는 일부 학생의 "엄청나게 이기적인 행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1263년 설립된 베일리얼 칼리지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가장 오래된 단과대 가운데 하나로, 작가 올더스 헉슬리,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와 이베트 쿠퍼 의원, 생물학자이자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 등이 이곳 출신이다.

뉴스 사이트 '더 탭'은 옥스퍼드대 학생들이 배낭과 주머니를 이용해가며 학교 식기를 훔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번은 저녁 식사 시간에 식기를 절도한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붙잡힌 적도 있어 수색에 나서기도 했으나 여전히 컵 20개는 실종 상태다. 학교 측은 이 컵들을 도난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