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유지 노력에도 배상 해법 놓고 국민 혼란
日, 사과·반성 없고 생존 피해자 위로·설득 부족

[초동시각]1년 전, "국민" 외쳤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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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


1년 전, 국가 권력 최고 정점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확정 후 국민 앞에 나서 '국민'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헌정사상 최소 득표 차(약 24만표)를 의식해 "밤이 아주 길었다"는 속내와 함께 던진 메시지는 초심과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 1년간 나라살림을 목대 잡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초심을 유지하려 한 흔적은 분명하다.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까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초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 도약'을 지목한 윤 대통령은, 지금은 스스로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 부르며 외교 행보 역시 경제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쌩이질이 없던 것은 아니다. 윤 정부 5년의 성패가 달린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은 시작부터 난관이 부딪히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 문턱은커녕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벅차다. 한때 20%대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린 대통령의 '법과 원칙'도 약발이 예전만 못하다. 대통령은 전날에도 노동계를 정조준하며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이라고 강하게 지적했지만 이번 만큼은 타이밍이 어긋났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한 대통령의 가치관을 다시 살피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들이 "동냥 같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며 한일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설득하는 말 대신 "일본 국민은 코로나 여행 규제가 풀리면 가장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한국을 꼽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과 대통령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했다.


물론 '국익'과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에 실린 가치와 무게는 충분히 전달됐다. 쏟아질 국내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린 결단으로 우리의 경제와 안보 위협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통령이 지목한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규제 완화, 양자·바이오·우주 등 신흥·핵심 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메시지에 맞는 설명과 설득 작업이 부족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던진 "물 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물 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발언은 무책임에 가깝다. 사과와 배상, 그 어느 것도 받아내지 못했는데 정부는 일본에 성의 표시만 요구한 셈이다.


그렇다고 '대일강경론'으로만 5년을 둥개왔던 지금의 야당이 주장하는 '삼전도의 굴욕','계묘늑약'에 힘을 실어줄 상황은 더욱 아니다. 민주당은 '외교적 승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국민들의 불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강제동원 배상 해법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독도 영유권 분쟁,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같은 국민정서와 맞닿은 민감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르면 봄이나 여름부터 방출하겠다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는 우리 정부가 어떤 물 컵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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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윤 대통령은 피 말리는 개표 과정을 보낸 뒤 선거 상황실을 찾아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것인지,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 지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나머지 절반을 채우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대통령의 메시지나 정부 발표를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에게 하루 빨리 다가가야 한다. 야당에 대한 설득도 빼놓을 수 없다. 늦지 않았고, 지금부터 시작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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