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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카카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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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건 ‘쩐의 전쟁’으로 변질
승자의 저주 걱정해야 할 수도

‘제 꾀에 제가 빠진다’는 뜻과 비슷한 자승자박(自繩自縛)은 자신이 만든 함정이나 구조에 자기가 빠지는 것을 일컫는 고사성어다. 중국 후한의 반고가 대성한 전한의 역사서 ‘한서(漢書)’의 유협전에 등장하는 ‘자박(自縛)’이라는 한자어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원섭이라는 귀족의 노비가 시장에서 상인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살인을 저지르자 무릉의 태수 윤공이 주변 사람들과 이에 대해 말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스스로 옷을 벗고 자신을 포박하게 만들고(使肉袒自縛)’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벌이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 전쟁을 보면서 문득 자승자박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카카오 때문이다.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를 사실상 방해하고 좌절시킨 후,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에스엠 주가 급등으로 낭패감을 느끼고 있을지 몰라서다.


[시시비비]카카오, 제 꾀에 제가 넘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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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종료일(2월28일)에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가 66만6941주를 12만1325원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38만7400주를 12만62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장중에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을 밑돌기도 했지만 카카오 측의 매수로 12만7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결과는 처참했다. 개인 주주의 신청은 4주에 그쳤다.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끝난 후인 2일(6만8505주·12만8750원)과 3일(4만4554주·12만6746원)에도 에스엠 지분을 장내에서 매수했다. 마치 2월28일의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려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인 아니었다는 걸 입증하려는 듯이 말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반전이 일어났다. 카카오는 6일 밤 이사회를 열고 주당 15만원에 에스엠 지분을 35%까지 공개매수 하기로 결정하고, 다음 날 아침 이를 공시했다. 그러자 6일 13만100원으로 끝난 에스엠 주가가 연일 급등해 8일 15만8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카카오 측의 공개매수 가격을 훌쩍 넘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이브가 주당 18만원에 다시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하이브는 정중동의 모습이지만,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기한은 이달 26일로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그러나 소문만으로도 에스엠 주가가 급등하고 있어 카카오의 공개매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한 것과 닮은꼴이다.


서로 공개매수 카드를 주고받으면서 에스엠 인수전은 그야말로 자존심을 건 ‘쩐의 전쟁’으로 흐르고 있다. 자연히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자금 부담이 커졌다.


그런 측면에서 짚어볼 대목은 에스엠의 본질가치다. 시장에서는 주가수익비율 등을 내세우며 주가 급등의 핑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하이브나 카카오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해도 현재 에스엠 주가가 적절한지 의문도 든다.


더구나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에스엠 내부가 이미 분열됐고, 모 가수의 앨범 제작이 미뤄졌다는 소문도 나온다. 계약 만료가 임박한 아티스트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모든 게 에스엠의 본질가치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어쩌면 먼 미래의 꿈을 담은 현재의 에스엠 주가는 상처뿐인 영광,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지 모른다.





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장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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