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입시의 결과가 몹시 어수선하다. 지방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상위권 대학은 ‘의대 쏠림’과 ‘문과 침공’에 시달렸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으로 확대된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도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싸늘했다. 교육부는 이공계 대학의 입시 요강을 탓하고 있다. 이공계 학과의 수능 필수과목 요구를 폐지하지 않으면 ‘고교교육 기여 대학 지원금’을 깎아버리겠다고 한다.
지방대와 교대의 어려움은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100만명을 넘었던 수능 응시자가 20년 만에 50만명 이하로 줄어들었고, 2040년에는 다시 절반으로 줄어든다.
수능 응시자의 총수가 이미 대학의 입학정원을 넘어섰다. 초등학교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교대 졸업생의 교사 임용도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결국 상위권 대학을 향한 수험생의 열망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의대 쏠림이 심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등학교 졸업생만 의대 진학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의대 쏠림이 대학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멀쩡하게 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이 의대 진학을 위해 학업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권인 SKY 대학이 의대 진학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의대 쏠림은 대학 입시가 아니라 불안한 사회환경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현실이다. 의사의 사회적 위상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고, 수험생들의 수요를 수용하기에는 의대의 규모가 턱없이 작은 것도 사실이다. 의대 쏠림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개혁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안정되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문과 침공은 난데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자연계’ 졸업생들의 ‘인문·사회계열’ 학과로의 ‘교차지원’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교육부와 언론의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연계 학생이 굳이 취업 가능성이 절망적인 인문·사회계열의 학과로 진학할 이유가 없다. 상위권의 수도권 대학 인문계 졸업생보다 지방대의 자연계 졸업생을 선호하는 취업 시장의 ‘이공계 쏠림’은 어제오늘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교차지원’의 진짜 정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과 수능이 모두 문과·이과의 구분이 애매한 ‘문·이과 통합형’이다. 물론 학교 현장의 현실은 교육부가 만들어놓은 제도와는 다르다. 문과 학생에게는 ‘화법과 작문’과 ‘확률과 통계’를 가르치고, 이과 학생에게는 ‘언어와 매체’와 ‘미적분/기하’를 가르친다.
그런데 수능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을 무작정 ‘이과’라고 분류할 수는 없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 미적분의 ‘표준변환점수’가 유리하다는 것이 수험생들이 절대 외면할 수 없는 팩트였기 때문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미적분을 가르치는 ‘수학 전문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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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올해 수능에서 미적분 응시자가 2만5591명이나 늘어났고, 확률과 통계의 응시자는 1만6797명이 줄어들었다. 이공계 학과의 수능 필수과목 요구가 교차지원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IMF 이후 ‘적분 기호도 모르는’ 진짜 문과 학생이 이공계 학과로 진학했던 것이 진짜 ‘교차지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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