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미안하다" 말한 적 없다
배현진 "사과는 진심으로"
전대 막바지 공방 격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배현진 의원 사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와 배 의원은 직전 지도부에서도 잦은 충돌을 일으켰는데 이번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묵은 앙금을 다시 드러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갈등의 발단은 지난 4일 배 의원이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다. 배 의원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송파을 당협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으로 허은아, 김용태로 뽑아야 합니다'라고 송파을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선거인단에 배포된 문자 내용을 게재하며 "위 문자는 저희 당협에서 보낸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배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송파을이다.

송파을 당협위원회가 발송인으로 보이는 이 메시지는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측에서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문자는 서울 서초·동작·양천 갑, 부산 중영도 등 다른 당협 이름을 달고도 해당 지역 당원들에게 전송됐다.

'송파 지령설' 장외공방…이준석 vs 배현진, '악연'의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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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당협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문구로 오인할 수 있다며 '구두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당협을 사칭한 후보 지지 독려 메시지는 김재원·김병민 최고위원 후보들도 전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 측은 "'OO 지역 재개발을 위해서는 최고위원 OOO를 뽑아야 합니다'와 다를 바 없는 선거 운동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지만, 선관위는 모든 후보에게 경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도중 악수를 청한 배현진 최고위원의 손을 치우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도중 악수를 청한 배현진 최고위원의 손을 치우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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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경고로 일단락된 듯한 송파 당협 사칭 문자는 지난 6일 배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은밀한 사과'를 공개하며 재소환됐다. 배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송파 지령설'을 거론한 뒤 "다음날인 13일 이 전 대표는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제 의원실 비서관에게 제가 왔는지를 물으며 '미안해요'라고 작게 읊조리고 뛰어갔다"고 썼다.

이 전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본경선 지지후보로 친윤계 후보들에게 송파 갑을병에서 분산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소개하며 "소위 윤핵관 후보들 측에서 이런 문자나 돌리고 있다고 한다"면서 "분산투표를 해주면 오히려 고맙죠 바보들아"라고 적는데, 배 의원은 "오죽 무안했으면 그런 식으로 했을까"라며 이 전 대표가 사과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사과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즉각 "미안하다고 할 일도 없다"면서 "애초에 송파을 단톡방에서 지령 투표한 걸 내가 왜 미안하다고 하느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배 의원은 같은날 "사과는 깔끔하게, 민망해도 진심으로. 더는 전당대회를 어린이들 흙장난하는 놀이터처럼 만들지 않아 주길. 저희 당협 함부로 거론하고 장난하는 것은 앞으로 두고 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이 전 대표가 '성 접대 의혹'을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기사를 링크한 뒤 "경찰이 성 접대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제 검찰이 곧 이 전 대표를 불러 가세연에 대한 이준석의 무고 사건 조사에 착수하겠다. 천하동인인지 용인인지 전당대회 훈수 둘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직격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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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 측은 배 의원 사과 언급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양측간 갈등은 지난해 6월 처음 공개석상에서 드러났다. 당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던 배 의원은 최고위 회의 직전 당대표인 이 전 대표에게 악수를 요청하자 이 대표가 뿌리치는 모습이 포착되며 '악수 패싱' 사태에 궁금증이 모아졌다. 이후 배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불만을 제기하며 최고위에 불참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당시 "같이 회의하기 낯 뜨거운 이야기"라고 했다. 이 전 대표도 "배 의원이 카메라 앞에서와 뒤가 다르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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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추진한 '혁신위원회' 설립 과정에서 배 의원과 관계가 틀어졌다고 보고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이 전 대표는 민주당보다 먼저 혁신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3선 이상 험지 출마 등 공천 개혁을 언급했는데, 이를 배 의원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친윤계인 배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한 이 전 대표를 견제한 모양새로, 치열한 당내 갈등의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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