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성 "한국기업 돈으로 일본기업 채무 면책한 날"

강제동원 피해소송 대리인단 변호사
CBS라디오 인터뷰 "日정부가 외교 승리"

"일본 측 부담이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인데요. 결국 아무런 일본 측의 부담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귀결이 됐죠."

강제동원 피해 소송 대리인단 임재성 변호사는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2018년 내렸지만,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 한일 정부는 협상을 토대로 해법을 마련했지만, 임 변호사는 비판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검토했던 여러 가지 안 중에 가장 하수의 안, 최악의 안이 결국 결정됐다"면서 "순전히 한국 기업들만의 돈으로 소송에서 진 일본 기업의 채무를 면책시켜주는 안"이라고 규정했다.

2019년 7월 23일 인천 부평공원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넋을 기리는 동상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임 변호사는 "일본이 아무런 부담도 책임도 지지 않고 판결에서 진 자국 기업들을 면책시켰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외교적으로 승리한 날이 오늘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일본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든 덮고 빨리 지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이 사과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절대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이 문제를 다시금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것인데 이렇게 이미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돈으로 피해자들 채권을 다 없앴는데 채권 다 없어지고 나서 왜 일본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라고 이름까지 붙여진 곳에 자발적으로 기부를 할까요? 이거는 한국 정부가 지금의 외교적 실패를 가리기 위해서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하는 이야기지 그거는 사실은 전혀 의미가 없는 이야기를 보도용으로 혹은 자신의 실태를 감추기 위해서 오늘 하는 거라고 평가합니다."

임 변호사는 장학재단을 만들겠다는 구상에 관해서도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갑자기 장학재단을 하나 만들겠다는 거죠. 강제동원과 상관없는 일본의 유학생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강제동원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곳이라면 우리가 돈을 내줄 수 있다.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본다. 외교적 실패를 감추기 위해서 성동격서 같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변호사는 "기시다 내각이 아베 내각보다는 조금 더 이 문제에 대해서 유연할 수 있겠다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부정과 왜곡을 계속 유지하는 정도의 입장으로 결국 귀결됐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임 변호사는 "일본의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타협을 한다는데 아무것도 이끌어낸 게 없다. 중립적이거나 보수적인 전문가들, 학자들도 '야, 이거 너무 양보했다', 심지어 '양보가 아니라 너무 굴복했다'라고 평가하는 정도의 안"이라며 "판결을 이행할 책임을 갖고 있는 건 일본 피고 기업인데 피고 기업의 판결을 한국이 다 없애주면 이건 사실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