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기관 탈락하자 장애인 볼모로 삼은 어이없는 사회복지재단

함평 장애인근로사업장 운영 수탁기관 '다솜복지회' 선정

전 수탁기관 A재단 출입 비밀번호 무단 변경·전기도 끊어

A재단 "수탁기관 선정 무효"…피해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지난달 27일 오후 2시 함평 무지개 장애인 근로사업장.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었지만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건물 내부는 어두웠다.

전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아 일부 화장실과 사무실에서 손전등 없이는 한 발짝 내딛기가 힘들었다.

전남 함평군 소재의 '무지개 장애인 근로사업장'에 전기가 끊겨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하다. [사진=박진형 기자]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직무 수행 능력을 계발하는 장애인들이 A4용지를 재단하고 마스크 제조 설비를 작동시키며 분주했다는 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때문에 근로사업장은 이곳 장애인들을 데리고 건물 내부에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을 찾아다니며 한글 교육 등만 하는 실정이다.

이곳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전 수탁 기관에서 전기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 죄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2일 함평군 등에 따르면 군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사업장'의 수탁 기관이 지난달 1일부터 A재단에서 다솜복지회로 바뀌었다.

하지만 새 수탁 기관인 다솜복지회의 장애인 근로사업장 운영은 순탄치 못했다. 근로사업장이 위치한 토지 소유주인 A재단이 다솜복지회에게 사무실에서 나가라며 압박을 가했고, 무단으로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달 14일부터는 전기마저 끊어 버려 업무가 마비된 상황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다 보니 건물 1~2층 작업장에 갖춰진 A4 재단기, 마스크 제조설비 등이 모두 작동을 멈춰 경증장애인 근로자 30여명이 한순간에 일거리를 잃은 신세가 됐다.

이들은 주 4일 하루 3~4시간 생산 활동을 해 왔는데, 갑자기 바뀐 환경 탓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주 광주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A재단이 장애인을 인질로 삼아 계산기나 두드리고 있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면서 "관할 행정기관이 나서서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전기 사용 계약자가 A재단으로 돼 있어 계약자 동의 없이는 임의로 어떤 조치를 행하기가 어렵다"며 "다각도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재단 관계자는 "근로사업장 건물은 공유자산이지만 토지는 우리 법인 소유의 자산이다. 부동산 권리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고 군이 새 수탁기관을 선정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전기를 차단한 것은 권리를 되찾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