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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인물]美 반도체 정책 전면엔 그가 있다…러몬도 美상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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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옆에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있었다.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상무장관이 자국 대통령의 외국 산업 현장에 동행한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압박의 핵심 정책으로 반도체지원법 제정에 공을 들이는 상황이었다. 이 역할을 맡은 인물이 바로 실세 장관이자 바이든 대통령의 '오른팔'로 평가받는 러몬도 장관이었다.


방한 석 달 뒤인 같은 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은 러몬도 장관의 미 의회의 문턱을 넘어선 반도체지원법에 서명할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반도체지원법 제정 시기가 늦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인사들과 직접 만남을 갖고 도움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반도체지원법 통과에 러몬도 장관의 공이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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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반도체지원법부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정책의 중심에 있다"며 러몬도 장관을 조명했다. 블룸버그는 "일반적으로 상무부는 미 정계에서 이름을 알리려는 인물들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에너지를 주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바이든 행정부 '대중 정책'의 중심

"반도체지원법은 근본적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구상이다. 어떤 기업에도 백지 수표를 주진 않겠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달 28일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신청을 받기 시작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 의회가 지난해 반도체지원법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키면서 자칫 세금이 기업만 배를 불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무부는 이 자리에서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초과 이익 공유 ▲자사주 매입·배당금 지급 5년간 자제 약속 ▲보육시설 의무 설치 ▲10년간 중국 등 특정 국가 내 제조 능력 확장 제한 등을 지켜야 한다며 깐깐한 조건을 내놨다. 보조금 지원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글로벌 기업들도 당황, 반발하는 기색이 역력한 상황이다.


러몬도 장관은 여러 유력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러한 조건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직접 일일이 설명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 규제 요건을 도입해 기업이 필요한 기금만 신청하게 되고 혈세가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면서 "프로젝트 실현 용도 외에는 1달러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육 시설에 대해서도 "저렴한 보육 서비스 없이 노동력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이유를 언급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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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몬도 장관은 기업의 신청을 받는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다. 또 상무부가 이달 내에 내놓을 대중 가드레일을 총괄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대중 압박을 위해 한국, 유럽,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 업무도 맡고 있다. 그는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이나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중국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는 부품 수출 허가를 취소하는 방안을 바이든 행정부가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러몬도 장관이 대중 정책 대부분을 감독하고 있다"면서 미 상무부가 수출 통제 명단을 작성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틱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잠재적 국가안보 위협 문제에 대응 전략을 짜는 업무도 맡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 열정 넘치는 러몬도, 바이든 차기 러닝메이트 설까지

1971년생인 러몬도 장관은 미국 로드아릴랜드주 스미스필드에서 태어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예일대 로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10년간 벤처캐피털(VC)사에서 일하며 기업과 자금 시장이 돌아가는 판을 익혔다. 그는 2010년 자신의 고향이 있는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정계 활동을 시작했다. 로드아일랜드 재무장관 업무를 먼저 시작한 그는 5년 뒤 로드아일랜드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가 됐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온 건 2021년이었다. 당시 그는 보건부 장관, 재무부 장관, 국무부 장관 후보로까지 언급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상무부 장관에 그를 앉혔다.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미 정계에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의 사임설이 흘러나오자 러몬도 장관이 후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가운데)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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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재도전할 때 캐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 대신 러몬도 장관이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몬도 장관은 자신이 대통령 자리에 관심을 보인다는 식의 루머가 나도는 것에 대해 "짜증 난다"고 답하면서도, 그러면 대통령직에 관심이 없냐 물으면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고 답하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가 측근들의 증언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야망 있고 열정이 넘치며 직원들에 요구 사항이 많은 상사로 평가된다. 그의 한 측근은 러몬도 장관이 비행기에서 내려 온라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이메일 '폭탄'이 쏟아진다고 경험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측근은 러몬도 장관이 직원 개인의 중요 행사에는 꼭 시간을 내 참석한다면서 직원의 결혼식에서 주례나 축사 등의 역할을 받지 못하면 크게 실망할 정도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 민간 기업의 '가장 좋은 친구' 평가

이번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시행 조건은 다소 기업에 불리한 조건이 담겼지만, 러몬도 장관은 보통 기업에 우호적인 상무장관으로 평가받는다. VC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민간 부문의 우려에 관심을 기울이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도 지속해서 만남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5월 그를 두고 "백악관 내 미국 기업의 '가장 좋은 친구(Best friend)'"라고 수식했다.


특히 러몬도 장관은 2021년 말과 지난해 초 유럽연합(EU)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해 규제를 내놓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지난해 WSJ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상무장관이다. 내 일은 기업과 협력하고 의견을 경청하며 민간 부문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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