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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2시간 내 팔아라" 존폐위기 놓인 日오키나와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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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55도 이하 식품, 2시간 이내 판매"
오키나와 주민·식당들 반발…특례 인정될까

오키나와 전통 두부가 일본 정부의 식품 규제법 강화로 존폐 위기를 맞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가 55도 이하의 제품 소비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2시간 이내로 대폭 줄이면서 식당, 마트 등에 납품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벌써 취급 업체가 줄어들고 식품 폐기율이 늘어나는 가운데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 정부가 전통문화를 파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키나와 전통 두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오키나와 전통 두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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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에 따른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소규모 업체에까지 확대 적용한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던 해당 규제는 올해 더욱 강화됐는데, 기존에는 뜨겁게 판매되는 식품이 55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3시간 이내에 소비해야 했다면 개정안에서는 이를 2시간 안에 소비해야 한다. 유통기한이 더욱 짧아진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따뜻한 상태에서 두부가 판매되기 때문에 병원성 미생물이 잔존할 가능성, 그리고 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규제 강화 이유를 밝혔다.

오키나와 전통 두부. (사진출처=일본 오리온 홈페이지)

오키나와 전통 두부. (사진출처=일본 오리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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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오키나와 전통 두부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정이 규제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오키나와 전통 두부인 '아치코코 두부'는 뜨거운(아츠이) 두부라는 오키나와 방언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오키나와 전신인 류큐 왕국의 제조법을 이어받았다고 전해지며 일반 두부보다 단단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이 전통 두부는 만든 뒤 따로 물에 담가 냉장 보관 하지 않고 비닐봉지에 담아 입구를 묶지 않은 채로 뜨겁게 판매한다. 오키나와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도 전통 두부는 상온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되는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가열 조리된 제품은 납품 당시에는 55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진열 후 55도 이하로 떨어질 경우 2시간 내로만 판매할 수 있다.

두부를 만드는 소규모 사업장에도 법이 일률 적용되면서 업계는 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오키나와 지역신문 류큐신보에 따르면 공장에서 거리가 먼 지역의 경우 납품 과정에서 두부 온도가 55도보다 떨어져 납품하지 못하고 업체가 도로 회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여기에 폐기율도 증가하고 있다. 진열을 2시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손님이 마트에 방문하기도 전에 제품을 폐기하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상온 판매 중인 오키나와의 전통 두부.(사진출처=나하 관광 사이트 '나하내비')

상온 판매 중인 오키나와의 전통 두부.(사진출처=나하 관광 사이트 '나하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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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납품 시 온도를 유지할 장치를 마련하거나 보온재를 만드는 데는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개발에 나섰다가는 두부 가격을 부득이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고물가로 콩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아사히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오키나와의 한 두부 공장 매출은 30% 감소했고, 폐기율도 5%에서 10%로 올랐다. 두부 공장 관계자는 아사히에 "유통기한이 더 짧아져서 아예 전통 두부 취급을 중단한 납품업체들이 많다"며 "수요가 줄어 아예 제조를 중단한 공장도 생겼다"고 전했다.

이에 오키나와에서는 “전통 음식이 본토 법에 의해 사라지게 생겼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전통 두부를 둘러싼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의 갈등이 1970년대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19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합병된 이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두부에 일반 두부처럼 물에 담가 냉장 판매하라는 본토 식품위생법을 적용했다. 이에 당시 오키나와 두부 가공조합은 ‘뜨겁게 먹는 오키나와의 독자적인 식문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진정을 넣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특례로 오키나와에 한정해 따뜻한 두부 판매를 인정한 바 있다.


한 오키나와의 두부 가공업체 관계자도 "식품 안전에는 얼마든지 정부와 협력할 수 있지만, 두부로 식중독이 일어났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역의 상황에 맞게 음식문화를 어떻게 지켜나갈지를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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