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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학폭 가해학생 서면사과 조치 양심의자유 침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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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광고·사과문게재 위헌 결정했던 헌재
"선도·피해회복 등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도록 하는 조치는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앞서 사죄광고나 사과문 게재가 문제 됐던 사안에서 국가의 재판이나 방송통신위원회·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자기의 신념에 반하는 사과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학생의 선도와 피해학생의 피해회복 및 정상적인 교육관계회복을 위한 특별한 교육적 조치라는 점을 감안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가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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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학교폭력 사건으로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 처분을 받은 초등학교 5학년 안모군과 중학교 1학년 김모군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조치를 학교장에게 요청하도록 한 개정 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 제17조 1항 1호가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대 1(위헌)의 의견으로 합헌(기각) 결정했다.


2019년 법이 개정돼 각 학교마다 설치했던 자치위원회는 폐지됐고,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자치위원회가 하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안군과 김군의 폭력 사건 당시에는 학교폭력에방법 제17조 1항에서 자치위원회가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2호), 학급교체(7호) 등 조치를 학교장에게 요청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2017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안군은 학교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학교장으로부터 피해학행에 대한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다. 안군은 경기도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을 거쳐 2018년 10월 법원에 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재판 도중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1항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하지만 수원지방법원은 이듬해 6월 안군이 낸 소를 각하하면서 안군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했다. 이에 안군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2항에 따라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소송 수행은 안군이 미성년자인 관계로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대리했다.


2017년 중학교 1학년이었던 김군은 학교폭력으로 학교장으로부터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1항의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1호),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2호), 학급교체(7호), 같은 법 제17조 3항의 특별교육이수 6시간, 9항의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6시간 등 처분을 받았다. 김군은 해당 조항들에 대한 취소소송을 낸 뒤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수원지방법원은 2019년 취소 청구를 기각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했다. 이에 김군은 헌재에 직접 해당 조항들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김군 역시 친권자인 부모가 소송 수행을 대리했다.


안군은 헌법소원을 내면서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1항 1호(서면사과)가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위적 청구 외에 해당 처분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 등을 예비적으로 청구했지만 헌재는 '주위적 청구의 양적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심판대상을 주위적 청구 부분으로 한정했다.


다수(6명)의 헌법재판관은 "서면사과 조치는 내용에 대한 강제 없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 조치로 마련된 것"이라며 "가해학생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교폭력은 여러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가해학생도 학교와 사회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교육해야 할 책임이 있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이라며 "학교폭력 문제를 온전히 응보(응징·보복)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고 가해 학생의 선도와 교육이라는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반면 이선애·김기영·문형배 재판관 등 3명의 재판관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가해 학생의 반성과 사과가 중요하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강요나 징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적인 과정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교육·지도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반대(위헌) 의견을 냈다.


한편 헌재는 학부모 대표가 과반을 차지하는 자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학교장이 반드시 따르도록 한 의무화 규정과 김군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접촉금지, 학급교체 등 나머지 조치와 관련된 조항들은 가해학생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모두 합헌 결정했다. 또 자치위원회의 설치·운영·구성 등에 관한 사항과 법 제17조의 가해학생에 대한 각 조치별 적용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 역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학교폭력예방법은 2019년 8월 20일 개정되면서 개별 학교에 뒀던 자치위원회를 폐지하고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경미한 사안으로서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원하지 않는 경우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라며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의무화 규정을 도입할 당시의 사회적 요청 등을 고려해 이 사건 의무화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결정의 의미를 밝혔다.


한편 헌재는 1991년 민법 제764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민법 제764조의 '명예회복에 적당한 처분'에 사죄광고를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정 위헌(질적일부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2년에는 방송사업자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구 방송법 제100조 1항 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방송법 제100조 1항 1호 중 '방송사업자가 제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결정했다. 또 2015년에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가 불공정한 선거기사를 보도했다고 인정한 언론사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할 것을 명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8조의3 3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공직선거법 제8조의3 3항 중 '사과문 게재'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결정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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