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헌의견 "법원 가처분 결정 등 통해 접근금지 목적 달성 가능"
헌법불합치 의견 "피해자, 심리적 압박 덜 받지 않아… 자의적 입법"
법원의 피해자보호명령에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가정폭력처벌법 제55조의2 1항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관 6명 이상인 위헌·헌법불합치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이 됐다.
헌법불합치는 헌재의 선고 즉시 법 조항의 효력을 없애버리는 ‘위헌’과 달리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심판대상 조항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폭언과 욕설, 협박 등의 가정폭력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직장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접근금지,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 등의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려줄 것을 청구했고 법원은 6개월 동안 A씨의 주거 및 직장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명하는 취지의 피해자보호명령을 받아들였다.
이후 A씨는 남편이 자신을 협박하고 비난하는 내용의 우편이나 소포를 직장과 주거지에 보내는 방법으로 협박하고 있다며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에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항고를 제기했고 심판대상 조항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합헌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선애·이은애·문형배 재판관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행위의 피해자와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의 피해자는 피해의 긴급성, 광범성,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며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에 대해서는 법원의 가처분결정과 간접강제결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우편을 이용한 접근의 금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그 접근행위가 형법상 협박죄 등에 해당할 경우 피해자는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특성,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의 성질과 그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에서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피해자보호명령의 종류로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입법자의 재량을 벗어난 자의적인 입법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피해자보호명령에서 제외하는 것이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과 비교해 볼 때 우편을 이용한 접근이 피해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거나 피해자가 심리적 압박을 덜 받는다거나 그러한 접근금지가 피해자 보호에 실효성이 없다거나 하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또 "심판대상조항이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다만 위헌성은 피해자보호명령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은 것에 있고,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법적 공백으로 인해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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