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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기업은 1류, 노조는 몇 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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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기업은 1류, 노조는 몇 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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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치 4류’ 발언을 했을 때가 1995년이다. 이 회장은 당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 발언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렇다면 2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기업은 1류가 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3년 연속으로 5위를 차지했다. 브랜드 가치는 877억달러(약 114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뿐이었다. 현대차(35위)의 브랜드 가치는 173억달러(약 22조원)로 평가됐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6위다. 기아(87위)도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성장에는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혁신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위상을 강화하는 한편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도 애플을 위협하며 입지를 쌓아가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에 오랜 기간 투자를 이어오는 것은 물론 제네시스 등 고급화 전략으로 과거 ‘깡통차’로 불렸던 수모를 완전히 씻어냈다. SK와 LG 계열사들도 반도체, 배터리 등 분야에서 세계 유수 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있다. 바로 기업의 투명성이다. 20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재벌’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의 이미지는 회계가 불투명하고, 오너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경영판단이 좌우되는 2류 기업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대기업 오너는 분식회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철창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랬던 한국 기업은 한편으론 회계 투명성에 대한 정부, 투자자, 소비자들의 압박에 밀려서, 다른 한편으론 세계적 기업이 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투명성 제고에 매진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실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외의 방법이 없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전면 도입됐고, 2017년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른 회계제도 개혁 등도 이어졌다. 비영리 조직과 단체에 대한 회계 투명성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공익법인과 사립대학에 대한 주기적 감사인지정제가 시행됐고, 내년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1류 기업의 노동조합은 어떤가. 노조는 1980년대 민주노조 운동을 통해 열악했던 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주축 중 하나였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 파업을 할 때는 전폭적인 국민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노조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대기업 노조는 막대한 상여금 챙기는 데에만 몰두하고, 건설현장에서는 월례비 명목의 뒷돈이 성행한다. 일부 노조 간부가 노조비를 착복하거나 취업을 알선해주고 금품을 받는 일이 드러나면서 노조에 대한 인식은 나쁠 대로 나빠졌다. 특히 노조 운영자금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숙제다. 노조는 스스로 물어야 한다. 과연 노조는 몇 류인가.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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