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반군지역 주둔 러 병력에 철군요구
가파른 인플레에 민심 악화…정부 전복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이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웃나라인 몰도바도 전쟁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몰도바 정부와 대치 중인 친러성향의 동부 접경지대를 침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몰도바 내부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민심까지 악화되면서 자칫 현 친서방 성향 정부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리는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인구도 적고 군사력도 미약해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할 경우, 제대로 방어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몰도바가 러시아에 완전히 점령당하면 우크라이나 또한 서남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맞서게 되면서 전선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 "우크라이나가 몰도바 침공 준비"…몰도바 "러 심리전 펼처"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몰도바와 접경지대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며 이들이 몰도바 동부 접경에 위치한 친러 반군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명 프리드녜스트로비예)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파괴 공작요원들이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러시아 군인 복장을 한 채 프리드녜스트로비예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면서 "이같은 행위는 프리드녜스트로비예 영토에서의 러시아군의 (선제)공격을 핑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프리드녜스트로비예 국경에선 상당수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군사장비 집결, 포대의 진지 전개, 우크라이나군 드론(무인기)의 비행 증가와 같은 현상들이 포착되고 있다"며 "이 같은 도발은 프리드녜스트로비예에 배치된 러시아 평화유지군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몰도바 정부는 오히려 러시아가 몰도바 정세 악화를 노리고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몰도바 정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 기관들은 외국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릴 것"이라면서 "몰도바 정부가 내놓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믿어달라"고 요청했다.
몰도바는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따라 국내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 배후에도 러시아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지난 13일 "러시아가 자국과 벨라루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국적자 등을 몰도바에 잠입시켜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려 했다"면서 "사복으로 위장한 세력들에게 폭력행위를 하게 하고 일부 정부 건물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인질을 잡으려는 계획도 세웠다"고 주장했다.
상비군 7000명 규모 몰도바…하루도 버티키 힘들어
러시아가 몰도바를 실제 공격하거나 정부 전복을 꾀할 경우, 몰도바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몰도바 자체가 유럽 최빈국 중 하나로 경제가 매우 어렵고 민심이 악화된 상황인데다 군사력도 매우 약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집계에 따르면 몰도바는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GDP)이 3300달러 수준이며 전 국민의 4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다. 인구도 340만명 정도로 러시아가 현재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상비군 규모도 7500명 정도로 알려져있고, 예비군을 모두 포함해도 7만명 정도의 군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극심한 경제난으로 실전에서 투입할 수 있는 군대는 상비군을 제외하고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몰도바 동부 친러 반군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 15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로인해 실제 러시아와 전쟁이 일어날 경우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처럼 장기저항하기 어려우며, 상비군으로 하루를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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