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에 저도수·저칼로리 바람이 불고 있다. 소주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도가 넘었던 독한 술이었지만 부담 없이 부드러운 목 넘김을 선호하는 흐름을 타고 연일 도수와 칼로리 모두 낮춰가고 있다.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전·세종·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다음 달 2일 국내 최저 도수, 최저 칼로리 소주인 ‘선양(鮮洋)’을 출시한다.
선양은 알코올 도수 14.9도(%)로 국내 소주 가운데 가장 낮은 도수로 출시된다. 산소숙성공법과 쌀·보리 증류 원액을 첨가해 소주의 깔끔한 맛은 유지하면서 알코올 도수는 낮춰 부드러움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는 게 맥키스컴퍼니 측 설명이다. 열량도 최저 칼로리로 낮췄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 제품으로 소주 업계 최저 열량인 298㎉(360㎖)를 구현했다.
과거 독한 술의 대명사였던 소주의 도수가 15도 아래까지 내려오는 등 해가 갈수록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국내 소주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가 1924년 처음 선보였던 당시 진로소주의 도수는 35도였다. 이후 1965년 30도, 1973년 25도로 5도씩 낮아졌다. 이후 20년 이상 이어지던 25도 공식이 깨진 건 1998년 알코올 도수를 23도로 낮춘 ‘참이슬’이 출시되면서부터다.
25도라는 장벽이 허물어진 후 도수 인하에는 속도가 붙었다. 2006년 19.8도로 조정되며 도수가 20도 이하로 낮아졌고, 2012년 19도, 2007년 19.5도, 2014년 18.5도를 거쳐 최근에는 2019년 17도, 2020년 16.9도, 2021년 16.5도까지 1·2년 단위로 소수점 단위의 도수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2006년 알코올 도수 20도로 처음 시장에 등장한 롯데칠성 음료의 ‘처음처럼’도 2014년 18도, 2018년 17도를 거쳐 현재 2021년 16.5도로 도수를 낮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소주의 도수 인하 추세는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저도주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홈술·혼술 문화가 자리 잡았고, 독한 술보다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며 소주의 도수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정 등 원가 절감 차원의 도수 인하 주장에 대해 업계는 억측이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음용 트렌드를 반영해 도수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연구를 통한 레시피 보완 없이 단순히 도수만 낮춘다면 소주 맛을 해치고 결국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주시장에서 낮아지고 있는 것은 비단 알코올 도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9월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에 선보인 소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했다. 처음처럼 새로는 지난달까지 누적 5000만병을 팔아치우는 등 소주시장의 제로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처음처럼 새로는 기존 처음처럼 제품과 달리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소주로 알코올 도수는 16도, 칼로리는 326㎉로 오리지널 처음처럼보다 칼로리를 약 25% 낮췄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진로이즈백’을 재단장한 ‘제로슈거 진로’를 선보였다. 알코올 도수가 16도로 기존보다 0.5도 낮으며 칼로리는 기존 330㎉에서 320㎉로 줄였다.
소주시장의 칼로리 낮추기 바람은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흐름과 더불어 올해부터 시행된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의 영향도 상당하다. 열량 표기가 의무가 아니었던 주류에도 열량을 표시하게 되면서 기존보다 줄어든 칼로리를 강조해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주류 제품에 대해 열량 표기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체들의 부담을 고려해 2021년 기준 주종별 매출액이 120억원 이상인 70여개 업체가 우선 참여한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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