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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된 경매]②법정 가보니…아파트 한채에 수십명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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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등 경매 현장 르포
두세번 유찰 아파트 인기…낙찰 직전 긴장감
하반기 경매 대비해 삼삼오오 스터디 모임도

['핫플'된 경매]②법정 가보니…아파트 한채에 수십명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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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류태민 기자, 곽민재 기자] "개점휴업 상태였던 경매법정이 언제 그랬냐는 듯 150석 꽉 차도록 붐비네요."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별관 경매법정 입구. 한 권에 5000원짜리 경매 정보지를 파는 한 판매원은 "장사가 안 돼 치웠던 커피 자판기도 다시 들어오겠다"며 활기를 되찾은 경매장 분위기를 반겼다.

실제로 법정은 들어오는 사람마다 놀랄 만큼 인파로 북적였다. 개정 시간 오전 10시에 50여명에 불과하던 사람들은 입찰서류가 마감되는 11시20분이 되자 200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날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집값이 내려가면 경매로 싸게 내집마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파를 보니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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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유찰된 '반값 아파트' 잡아라…수십명 눈치싸움

최근 부동산 틈새시장인 경매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재테크를 시작한 20대, 신혼집을 마련하려는 30대, 부수입이 필요한 40대, 퇴직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선 50·60대 등 각양각색이다.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뒤섞인 경매 법정에서 참여자들이 집중하는 물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여러 번 주인을 찾지 못해 감정가보다 훨씬 깎인, 반값 아파트 같은 알짜 물건이다.


경매에서 유찰될 때마다 서울은 최저 입찰가가 20%, 인천·경기는 30%씩 내려간다. 최근 코로나19를 거치고 집값이 급락해 경매 법정이 외면 받으면서 유찰 물건들이 누적됐다. 수십년 동안 꾸준히 경매를 해왔다는 70대 정모 씨는 "전략만 잘 세우면 아주 싼 값에 좋은 물건을 낙찰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일 많은 응찰자가 모인 물건은 동작구 대방동 대방2차 e편한세상 131㎡(전용면적). 총 15명이 입찰서류를 써냈다. 지난해 11월, 올해 1월 유찰되며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 14억3200만원의 64%인 9억1648만원까지 내려갔다. 사건번호가 불리고 최고 입찰자의 이름이 불리기 직전, 법정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15명이 다툰 끝에 결국 조 모씨가 11억2367만원에 낙찰받았다. 최저 입찰가보다 2억원 넘게 비싸지만, 최근 호가 16억원과 비교하면 4억원 이상 낮은 값이다.

거듭 유찰돼 몸값이 대폭 깎인 물건의 인기는 경기도 경매 법정에서도 뜨거웠다. 지난 14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는 안양 만안구 삼성래미안 59㎡ 경매에 30명이 응찰했다. 이 역시 세 번 유찰돼 최저 입찰가가 감정가 8억원의 절반 수준인 4억960만원으로 떨어진 물건이다. 강원도에 살면서 이 물건을 경매하러 온 60대 이모 씨는 "안양천을 끼고 있어 전망이 좋고 바로 앞에 안양역이 있어 입지도 좋다"면서 "최저 입찰가가 낮아 매매보다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이 물건은 최고 입찰가 5억2999만원을 써낸 또 다른 이모씨가 낙찰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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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부동산 경매 급증 전망에 모의입찰 스터디까지

법정에서는 금리 인상 여파로 하반기 집값이 더 떨어지고,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에 대비해 예행 연습에 나선 이들도 다수 포착됐다. 하루 연차를 내고 서울중앙지법에서 모의 입찰에 나선 30대 직장인 안모 씨는 "1년 전에 친구가 수원 아파트를 경매로 싸게 낙찰받았는데 지금 시세가 더 내려 후회하는 중"이라며 "집값이 더 빠지길 기다렸다가 여러번 유찰된 물건에 응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안양지원에 방문한 60대 박모 씨는 "안양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 집을 경매로 장만하면 좋을 것 같아 공부 중"이라면서 "세 번 유찰 물건은 응찰자가 많이 몰리니, 두 번 유찰될 때 호가보다 싸게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삼삼오오 모여 입찰 서류를 써내려가는 부동산 경매 스터디나 학원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경매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내용을 공유한다"면서 "오늘 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왔고 다른 친구는 남부지방법원으로 갔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대출·세금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덕분에 유주택자의 경매 투자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법정 앞에서 낙찰자의 대출을 알선하는 한 직원은 "올 들어 법원경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면서 "특히 3월부터 임대사업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처음 경매 법정을 찾아 상담하는 50대, 60대도 쉽게 보인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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