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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꿀벌 100억 마리 폐사한다"…곧 농가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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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이상 고온이 집단 폐사 원인
사과·수박·양파 등 수분도 위협

한반도에서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에만 수십억마리의 꿀벌이 집단 폐사했다. 꿀벌 개체수 감소는 양봉농가뿐만 아니라 국내 농업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수많은 국내 작물이 꿀벌의 수분(受粉·꽃가루받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춘천시에 따르면 시 양봉협회 소속 농가에서 키우는 꿀벌 5600군 중 68%(3811군)가 사라졌다. 한 개의 군에 약 1만~1만5000마리의 꿀벌이 서식하는 것을 미뤄볼 때, 춘천에서만 최소 수천만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양봉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농가를 포함하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꿀벌 폐사 현상은 춘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양봉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폐사한 꿀벌은 39만봉군, 개체수로는 무려 78억마리에 달했다. 국내 전체 사육 꿀벌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는 100억마리가 폐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충·이상 고온, 韓 꿀벌 생태계 위협한다

그렇다면 왜 한반도에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벌 생태계를 위협하는 해충, 그리고 점점 더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을 이유로 꼽는다.


꿀벌 / 사진=픽사베이

꿀벌 /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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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지난해 3월 전국 양봉농가 꿀벌 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꿀벌응애(꿀벌 성충과 애벌레에 감염병을 퍼뜨리는 해충)'가 관찰됐다"라며 "또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른 봄의 이상고온 현상도 꿀벌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농촌진흥청은 "2021년 9~10월의 저온현상에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다.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됐다"라며 "월동 중이던 일벌이 화분 채집 등 외부 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돼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꿀벌 사라지면 '인간 먹거리'도 피해

실제 지난해 봄은 평년에 비해 기온이 빨리 오르면서 봄꽃이 이르게 개화했다. 민간 기상기업 '웨더아이'에 따르면 서울 기준 진달래, 벚꽃, 개나리는 이미 지난해 3월 중순~말 부근에 거의 동시에 피었다.


꿀벌에 핵심 양분을 제공하는 야생화는 봄에 순차적으로 피는 게 정상이다. 꿀벌은 대개 진달래 → 개나리 → 벚꽃 순으로 벌꿀을 채취하며 봄 기간 영양을 축적하는데, 이상 고온으로 갑자기 모든 봄꽃이 한 번에 개화했다가 저물어 버리니 양분 공급이 끊겨버린 셈이다.


야생화는 꿀벌에 중요한 양분을 제공한다 / 사진=픽사베이

야생화는 꿀벌에 중요한 양분을 제공한다 /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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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소멸은 양봉 농가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다. 꿀벌은 야생화에서 꿀을 채취하면서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퍼뜨리는 역할, 즉 '수분매개' 역할을 한다. 꿀벌 개체 수가 감소하면 그만큼 식물의 번식 수단이 줄어드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꿀벌은 전 세계 야생 식물의 90%, 인류 식용 작물 75%의 수분을 담당한다. 인간이 먹는 100대 농작물 중 71종 작물은 꿀벌을 통해 생장한다. 그중에는 식용유의 원료인 유채와 해바라기도 있다.


한국 농가도 꿀벌과 협업해 작물을 길러왔다. 국내에선 사과, 멜론, 수박, 양파가 꿀벌의 수분매개에 의존하고 있다. 만일 꿀벌이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춘다면 이런 작물을 가꾸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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