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방어'와 '과도한 폭행' 될 수 있어
피해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주장도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똑같이 때린다면 정당방위가 성립할까?


최근 끔찍한 학교폭력을 경험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18년에 걸쳐 치밀한 복수를 준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를 보여주는 시원한 전개에 시청자들은 학교 폭력 가해자가 똑같이 처벌받고 고통받길 바란다.

그런데 현실에서 학교폭력은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어렵다.

"괴롭힘의 대가" vs "적절한 대처 알려줘야"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중1 아들이 학교폭력 했다고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아들이 본인을 자꾸 무시하고 때리면서 괴롭히는 친구 B군을 때렸다"며 B군이 코가 부서지고 발목이 완전히 꺾여 최소 전치 12주를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학교가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 관계자들이 학교폭력 예방 연필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2021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학교가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 관계자들이 학교폭력 예방 연필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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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기 몸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주짓수를 배우게 했는데 이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아내는 아이를 혼내고 있고, 저는 오히려 칭찬하고 있다. 먼저 폭행하거나 괴롭혔다면 정말 혼냈을 텐데"라고 덧붙였다. A 씨의 아들은 B군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날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현재 B군은 이를 인정했고 A 씨와 B군의 학부모가 통화해 진위판단은 끝난 상태다. 교사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A 씨 아들의 '쌍방폭행'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일부 네티즌은 "피해자가 되는 것보다 낫다", "몇 년간 괴롭힘의 대가"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폭행을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은 "똑같이 때리는 것보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정당방위에도 선은 있다"며 폭행을 비판했다.

정당방위의 '기준'이 뭐길래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똑같이 때리면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이 적용될 수 있다. 2017년 학교 음악실로 가던 C군을 D군이 여러 차례 막았고 이에 화가 난 C군은 D군의 머리와 등을 때렸다. C군은 "과거부터 지속적이고 일방적으로 괴롭혀왔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C군의 행위를 '폭행'으로 봤다. 이후 C군은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다.

"똑같이 해줄게, 연진아"…학교폭력은 정당방위가 성립할까? 원본보기 아이콘

2021년, 광주광역시에서 여중생을 집단으로 폭행한 여고생 등이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를 고소한 피해 여중생도 함께 검찰에 송치됐다. 남부경찰서 측은 "가해 학생이 찍은 영상을 통해 피해 학생의 폭행 사실도 확인됐다. 2명에게 폭행당했을지라도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피해자에게 일반폭행 혐의를 적용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형법이 정한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한 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당한 이유'의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정당방위 허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법원은 정당방위 인정 여부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 꼭 학교폭력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문 여성,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의 머리를 때려 식물인간이 된 사례는 모두 '과잉방어'와 '과도한 폭행'으로 평가된다.

피해 학생이 오히려 '가해 학생' 되기도

이처럼 엄연히 피해 학생임에도 가해 학생에 맞서 폭력을 행사하면 그 순간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2021년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가해 학생이 욕하며 다른 학생의 다리를 걷어차고 얼굴을 두 차례 때려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는 폭행을 당한 학생도 가해 학생의 무릎을 한 차례 찬 사실을 문제 삼았다. 결국 두 학생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구분하고 모두 3호 처분인 '교내봉사' 처분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은 일방적 폭행을 당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네티즌은 학교폭력에 정당방위가 안 된다는 글에 "선생님도, 부모도, 사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며 피해자는 맞고 있어야만 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고경환 변호사는 지난 13일 진행된 YTN 라디오 '이승우 변호사의 사건파일' 인터뷰에서 "어떤 행위를 '저항'으로 볼 것이냐, '또 다른 폭력'으로 볼 것이냐 하는 판단이 중요할 것 같다"는 질문에 "법원에서 형법상 개념인 정당방위의 법리를 행정처분인 학교폭력 관련 처분에도 그대로 적용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학교폭력 가해행위의 양상과 그에 대한 대응 행위의 상당성을 비교 형량하여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편 2012년 미국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정당방위로 봤다. 미 플로리다주 칼리어카운티 법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피해 학생이 죽을 수 있거나 커다란 육체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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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결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라는 법에 따른 것인데 자신이 위협을 느꼈다고 판단할 경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해당 판결 이후 학교 폭력에 대해 또 다른 폭력을 용인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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