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백지 시위 이후 100여 명 실종"…'페미니즘 지지하냐' 묻기도

中당국, 감시 카메라 활용해 시위자 체포
"원숭이 겁주려 닭을 죽이는 행태" 비판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해 벌어진 '백지 시위' 이후 최소 100명의 시위자가 실종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위 당시만 해도 중국 경찰은 시위자들을 거의 체포하지 않았지만 수개월이 지난 뒤 수십명이 경찰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단체는 백지 시위에 참여한 100명 이상이 실종됐으며 대부분은 체포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며 '백지 시위'를 펼치는 중국 시민의 모습. [사진출처=로이터·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구금된 시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명단을 공개했다. BBC는 변호사와 주변인 인터뷰 등을 통해 베이징에서 체포된 12명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중 차오즈신, 리스치, 리위안징, 자이덩루이 등 여성 4명은 '싸움을 걸고 문제를 일으켰다'는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이 같은 혐의는 최대 5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악명 높고 모호한 혐의이며, 시민을 탄압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고 전했다. 인권 운동가 겸 변호사인 텅뱌오는 BBC에 "원숭이(중국 인민)들을 겁주기 위해 닭(시위자)을 죽이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해외대학 출신 고학력 女…"페미니스트 운동 지지하나" 신문

지난해 11월 백지 시위를 벌이는 여성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히 대부분 수감자가 예술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북클럽에서 토론하는 모임의 여성 참석자였던 점도 주목된다. 이들은 수사기관에서 페미니스트 운동을 지지하는지에 대해 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의 한 주변인은 BBC에 “내 친구는 사회를 걱정하는 청년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며 “그는 여성의 권리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권리에도 관심이 있다. 페미니스트 활동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BBC는 “일련의 대응은 여성 권리 운동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불신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백지 시위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맞서 검열과 통제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아무 구호도 적지 않은 종이를 든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분출된 이례적인 사례로 전해진다. 당국은 지난달까지 감시 카메라와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시위자들을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중국 젊은이들이 자유와 인권을 위해 대담하게 목소리를 낸 뒤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중국 당국은 시위자를 지원하려고 한 변호사와 친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자 상당수는 영국·미국 등 서구에서 대학을 다닌 이들로 작가·언론인·음악가·교사·회계사 등 고학력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들 대학들도 시위자들의 신병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학 관계자는 BBC에 "중국 당국이 시위와 관련해 구금 중인 모든 사람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UNSW)도 성명을 통해 "법 원칙과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정당한 존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