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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의 속터뷰]정성장 "김주애 후계자 내정된 것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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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 내정한 것도 8세 때
'존귀하신' 표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만 해당
7차 핵실험 시기는 7월이나 9월이 유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39)는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했나, 안했나. 최근 외교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논쟁이다. 현 단계에서는 누구도 이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확언하기 힘들다. 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주애(10)가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보인 건 지난해 11월 18일이다. 등장 자체가 극적이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현장에 아버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같은 달 26일에는 검은 코트를 입고 등장해 화성-17형 발사 공로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새해 첫날에는 김정은과 KN-23 탄도미사일을 시찰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또 지난 7일 건군절 75주년 기념 연회, 8일 열병식에도 모습을 보였다. 17일에는 김정은 김여정과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체육경기를 관람했다.

김정은은 왜 이 시점에서 김주애를 적극 노출하는 것일까. 북한 우표에까지 등장했으니 이미 우상화 작업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라면 김정은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첫째로 알려진 아들은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6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을 만났다.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북한연구센터장 등을 지낸, 30년 이상 북한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90분 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 실장은 “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한 것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전문가 대부분이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하는 것과 달랐다. 이유가 있었다.


[소종섭의 속터뷰]정성장 "김주애 후계자 내정된 것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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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우리 사회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으로 북한을 보니 이해를 못하는데 내가 이렇게 판단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후계자의 자질은 두 가지다. 충실성 그리고 다음 세대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여야 한다거나 장남이어야 한다는 것 등은 없다.

우리는 ‘존귀하신’ ‘존경하는’ 이런 표현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노동신문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면 ‘존귀하신’이란 단어로 지칭한 사람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사람 밖에 없다. 김여정 리설주한테도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이런 표현을 김주애 앞에 쓰고 있다.


또 열병식 때 김주애가 귀빈석 가운데에 앉았다. 조선중앙TV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귀빈석에 모셨다’고 보도했다. ‘모셨다’는 표현은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에게 쓰는 표현 아닌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서열 5위 안에 들어가는 최고위급 인사들이니까 한마디로 말하면 김주애의 위상이 김정은 다음이라는 얘기다. 김정은의 백마에 이어 ‘사랑하시는 자제분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준마가 열병의 흐름을 이끌어간다’라고 해설한 것도 맥락이 같다.


더 주목된 것은 열병식 참가자들이 외친 구호다. 두 가지 구호를 외쳤는데 ‘김정은 결사옹위, 백두혈통 결사보위’다. ‘백두혈통 결사보위’를 외칠 때 화면에 김주애의 얼굴을 비춰줬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김주애 결사보위다. 후계자로 내정했지만 직책이나 권한을 준 건 아니다. 10년이 될지 20년 될지 모르지만 후계자로서 수업을 받는 것이다. 김주애가 어떤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김정은의 권력에 누수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


북한 건군절(2월8일) 75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한 김주애(가운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북한 건군절(2월8일) 75주년 기념 연회에 참석한 김주애(가운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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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게는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김정은의 스타일이 김정일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김정일은 간부들이 충성심을 보이면 쉽게 바꾸지 않았다. 간부가 병원에 입원한다든지 일을 못해도 갈아치우지 않았다. 결정을 내려야 할 사람이 일을 하지 못하니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 스위스에서 4년 반을 유학한 김정은은 아버지와 스타일이 다르다. 권한과 책임을 주고 성과를 못 내면 수시로 교체했다. 충성은 기본이고 일을 못하는 사람은 봐주지 않았다. 간부들한테 성과를 요구하니 지금은 발로 뛰면서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자리를 유지하지 못한다. 남자냐 여자냐, 장남이냐 차남이냐 이런 것보다는 자녀 중에서도 누가 가장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군사보다 음악예술을 더 좋아하는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 같은 스타일이라면 아들에게 권력을 맡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더라도 김정은이 39세이고 김주애가 지금 10세인데 후계자를 내정하는 것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이 김정은이 8세 때다. 내가 2021년 3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김정은의 이모(고용숙)와 이모부(리강)를 3일 간 만났을 때 직접 들은 얘기다.


김정은이 언제 후계자로 내정됐느냐고 물었더니 1992년 1월8일 김정은의 8세 생일 때였다고 했다. 그때 김정일과 최측근들이 있는 가운데 김정은 찬양가요인 ‘발걸음’이 공연됐고 김정일이 그때부터 측근들한테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정은 이모부가 ‘8세 밖에 안됐는데 이르지 않냐’고 했더니 김정일이 ‘(김정은이) 나를 빼닮아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정일은 아내를 공개하지 않고 대중연설도 하지 않는 등 비밀주의를 선호했다. 2008년 쓰러지고 나서야 김정은을 공개했다. 이와 달리 김정은은 김정일을 반면교사 삼아 일찍 후계자를 공개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김정일을 반면교사 삼았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김정일이 김정은을 조기에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소수 핵심 측근들에게만 공개했기 때문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같은 고위 간부도 한국에 망명하기 전까지 김정은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2008년 김정일이 갑자기 쓰러진 뒤 2011년 사망하기까지 김정은은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북한 파워엘리트들을 파악하고 국정도 장악해야 하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 당시 그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외부 세계에서는 김정은 등장 전에 ‘김정남 또는 김정철 후계설’, 김정일 사망 후에는 ‘장성택 섭정설’ 등 실제와 괴리된 온갖 억측들이 나왔다.


김정은은 이때 자신이 겪었던 마음고생을 후계자한테는 넘겨주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 후계자를 내정한 점은 같지만 김정일은 비밀주의를 선호한 반면 김정은은 대중연설을 좋아하고 결혼 이후 부인도 공개하는 등 정면돌파 스타일이다.

하필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현장에서 김주애를 공개했을까.

외부세계의 혼란을 노렸다. 그런 것 없이 김주애를 공개했으면 비난이 있었을 것인데 자연스럽게 4대 세습을 받아들이게끔 치밀하게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북한은 고도의 기획에 의해 김주애를 노출시키고 있다. 이 작업을 누가 하느냐. 김정은 혼자? 아니다. 선전선동부다. 누가 그걸 이끄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다. 김정은의 의도를 김여정이 충실하게 집행하면서 김주애의 등장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리설주 갈등설은 근거 없는 억측이고 소설이다.


김여정은 지금까지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뒤에서 오빠 김정은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기획, 상황 관리가 주특기다. 두 사람은 백두혈통이 권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데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스위스 유학 시절 같이 생활했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 서로 친밀하게 의존하는 둘도 없는 관계다.


정 실장은 김정은-김여정은 이해관계가 같고 '김주애 후계'를 김여정이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정 실장은 김정은-김여정은 이해관계가 같고 '김주애 후계'를 김여정이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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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에게 권력이 세습된다면 4대 세습인데….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할 때도 오래 못갈 것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북한은 예상과 달리 핵과 ICBM을 보유한 위협적인 국가로 성장했다. 핵과 미사일을 갖고 있으면 다른 나라가 어떻게 할 수 없고 국제 정세가 지금처럼 진영화로 가면 중국과만 협력해도 살 수 있다. 다만 중국이 민주화 방향으로 가면 북한에 충격과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소련이 민주화되면서 동구권 국가들이 무너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미래는 상당 부분 중국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미-중이 패권 경쟁을 벌이면 북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북한 상황도 살펴보자. 북한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굶어죽는 사람(아사자)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있던데.

대량으로 아사자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으나 매우 안 좋은 것은 분명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개성에서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4-5명이라도 개성에서 아사자가 나왔다면 충격적이다. 개성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평양과 함께 배급이 유지되던 도시다.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2월에 또 열리는 것도 주목된다. 수년 전부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6개월 단위로 열려 6월에는 상반기 평가, 12월에는 1년을 평가해왔다. 그런데 2개월 만에 다시 열어 농업 문제를 중점적으로 얘기하겠다고 한다. 2월8일 열병식 때는 의외로 김정은 특별연설이나 호전적인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식량 문제 등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2월에 김일성 주석이 일당백 구호를 제시한 60주년(6일), 인민군 창건 75주년(8일), 김정일 생일(16일)이 있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는데 식량 사정으로 미뤄진 듯하다

그렇다면 북한이 언제쯤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3월은 아니다. 핵실험에는 기술적 수요만이 아니라 정치적 수요가 필요하다. 아무 때나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다. 내부 결속을 다지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수요를 따져 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7월과 9월이 유력하다. 7월에는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일(7월27일)이 있다. 9월에는 북한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9월9일)이 있다. 이때를 전후해 핵실험을 할 것이 유력하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중국 동북지방에 지진이 발생하거나 방사능 누출, 백두산 화산 폭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천명하지는 않겠지만 보이지 않게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들어가는 물자를 제한한다거나 공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핑계로 송유관을 잠그는 식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미중 패권경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중국은 북한을 껴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세계가 달라졌다. 진영화가 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안이 채택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걱정 없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가 진영화 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정 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가 진영화 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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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는 당분간 냉각이 불가피한가.

그렇다. 당국 간 교류는 당분간 힘들다.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했다. ‘적’은 공생할 수 없는 타도의 대상이다. ‘심각한 위협’과 ‘적’은 다르다.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했어야 했다. 북한이 기하급수적으로 핵탄두를 늘리겠다고 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서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교류나 접촉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원한다면 안전보장을 조건으로 해서 만나게 하고 시민단체가 북한을 지원하겠다면 허용하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에 집착하는 이유가 체제 생존을 담보하려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 같다.

맞다. 생존에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20-30개 핵탄두만 있어도 체제 생존에 문제가 없을 텐데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핵강국을 노리고 있다. 남한에 대해서도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사시 북한의 그 많은 미사일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하다. 재래식 충돌이 발생하면 북한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나.

이미 배치하고 있다. 전방에 실전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고 진행되고 있다. 관련 부대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도 전방에 배치했다. 이제 협상을 통한 비핵화는 불가능해졌다. 미국은 현상유지를 선호하지만 이미 현상 유지가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나 전략, 능력이 미국에는 없다. 관성적으로 상황을 대하고 있고 ‘한국이 핵을 가지면 다른 나라가 핵을 가지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다, 한미동맹이 약화된다’고 말하고 있다.

공격 징후가 있다면 우리가 선제타격을 해 무력화 할 수는 없는가.

불가능하다. 2000년대 초에도 ‘외과수술식 타격’ 얘기가 있었다. 당시 하와이에 있는 미군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물어봤더니 그때도 ‘어디에 감춰놨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북한 전 국토에 미사일이 분산돼 있고 발사 형태도 다양화했다. 또 북한 군수공장 상당 부분이 함경북도 중국 접경 산악 지역에 있다. 파악하기도 어렵고 정밀 타격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핵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장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준비를 해야 한다.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그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게 2~3년 후가 될지 5~10년 후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해야 한다. NPT에 가입한 상태에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 수 없다. 일단 탈퇴한 뒤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농축이나 재처리 수준을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 올리고,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을 제공해달라고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게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미국이 소극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크므로 일단 NPT를 탈퇴한 뒤 벼랑 끝에 서서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민들은 핵무장을 원하고 있지만 핵개발은 하지 않을 테니까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고 호주에게 제공한 것처럼 우리에게 원자력추진잠수함 기술을 제공해달라고 말이다. NPT 10조는 비상사태에 직면해서 탈퇴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탈퇴하면 외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사태는 절대 안 일어난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핵을 개발하면 전쟁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핵우산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있다.

비현실주의적인 진보주의자들은 우리가 핵을 가지면 군비 증강이 가속화되고 핵전쟁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데 정반대다. 미국-러시아, 인도-파키스탄 사례를 보라. 핵을 가진 나라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게 불문율이다. 싸우더라도 국지전은 있을 수 있지만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이른바 확장억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할수록 신뢰성이 약화될 것이다. 북한이 핵으로 남한을 공격했을 때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미국을 향해 핵을 쓰지 않겠나. 미국은 지켜주겠다고 말하지만 미국 국방부가 발간한 <2022 핵태세 검토 보고서>에서도 북핵 관련 부분에서 ‘확장억제의 딜레마’가 언급되고 있다.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동맹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 수백만이 죽는 것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 어려울 것이다.


정 실장은 북한이 7~9월에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우리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 실장은 북한이 7~9월에 7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우리는 NPT를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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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라는 벽을 넘는 것도 큰 과제일 것 같다.

대미 설득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하나의 미국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그와 비슷한 노선을 가진 정치인이 당선된다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개발도 묵인하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다. 세계가 진영으로 갈라졌다. 강대국 협조체제가 작동이 안 된다. 미국의 한국 핵개발 반대론자들도 최근에는 만약 한국이 핵개발에 나섰을 때 중국이 유엔안보리에서 제재를 채택하려고 하면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완강히 반대하던 미국 내 분위기가 과거와는 달라졌다.

중국은 다르지 않을까. 과거 사드 때도 보복조치를 했는데.

사드 보복 때 중국이 경험을 했다. 화장품, 식료품, 여행업 등은 우리가 타격을 받았으나 수출은 더 늘었다. 반도체 등에서 한국과 중국은 이미 상당한 상호의존관계에 있다. 냉정하게 현실을 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중국이 한국을 제재할 명분도 없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을 중국이 막지 못한 것 아닌가.

북한 핵개발에 대해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없는가.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상호방위협정 체결을 검토해야 한다. 상호방위협정은 한미, 미일 간에는 있는데 한일 간에는 없다.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하니 미국이 답답해했다. 우리가 핵을 갖게 되면 일본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세계가 진영화로 가는 것을 돌이키기 어렵다. 우리만 따로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어렵다. 득실을 따져봐서 득이 많으면 약간의 실이 있더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쪽은 관리의 영역이다.


정 실장은 북한 핵개발에 대응해 한미일 상호방위협정 체결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정 실장은 북한 핵개발에 대응해 한미일 상호방위협정 체결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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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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