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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과점체제 바꾼다?…"메기역할 필요" vs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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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정부가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업 '과점체제'에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은행권이 과점체제에 기대 과도한 이자 수취를 하고 있단 판단에서다. '스몰 라이선스', '제4인터넷전문은행' 등을 통해 은행업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당국의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업의 경쟁 체제를 유도할 '메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서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조차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개선이 실제 과점체제를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21년말 기준 원화예수금은 1419조434억원으로 전체 국내은행 1944조2549억원의 약 73%를 차지한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역시 같은 기간 1360조9354억원으로 전체 국내 은행(2073조9967억원)의 약 66% 수준이었다. 과점체제에 가깝다.


정부는 이번 금리 급등기 은행권을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논란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이 같은 과점체제를 꼽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 은행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관련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 마련을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은행 설립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및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업 인가를 위한 최소 자본금은 1000억원이지만 이는 최소 요건일뿐더러 까다로운 건전성 규제 등도 모두 맞춰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렵다"면서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4%로 규정하고 있어 투자자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그런 만큼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당국이 눈여겨보고 있는 모델은 '스몰 라이선스'인 것으로 전해진다. 스몰 라이선스는 인가 단위를 세분화하는 개념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안이다. 예컨대 소상공인 전문은행 등 특정 분야에 특화은행을 만드는 식이다. 이외에도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핀테크 업체의 금융권 진출 확대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이를 포함한 은행권의 근본적 구조개선을 위해 이달 중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한단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5대은행 과점체제를 완화하자는 목적을 두고 다양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상태"라며 "스몰 라이선스 등 시장에 거론되고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선택지에 두고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경쟁 촉진을 위한 '메기' 투입엔 긍정적이다. 일례로 영국이 챌린지 뱅크를 도입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은행권의 과점체제에 균열을 내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전 하나금융연구소장)는 “영국은 경쟁시장국(CMA)의 통제를 받는 대형은행이 9곳으로 우리보다 두 배가량 많지만, 이들의 과점을 막기 위해 챌린지 뱅크 제도를 도입한 상황”이라면서 “은행을 신설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고 은산분리 등 쟁점이 많은 만큼 스몰 라이선스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과점체제 해소의)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시스템이 과점체제를 해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의 과점체제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관련 규제 시스템은 모두 이를 보조하기 위해 마련돼 있다"면서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 금융 담당 관계자는 "고객들이 나이를 먹고, 재산을 쌓을수록 자산관리를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시중은행을 찾는다"며 "간단한 상품만 취급하는 인터넷 은행이 처음에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성장에 한계를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금융 시스템이 과점화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영국에도 20여개의 챌린저 뱅크들이 영업 중이나 수익성을 확보한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은행업과 관련한 규제 장벽이 깐깐해져 과점체제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후발주자로서 수익성을 내보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챌린저 뱅크가 틈새시장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밝혔다.


은행 과점체제 바꾼다?…"메기역할 필요" vs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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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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