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교육 시설 주위 500m 거주 제한
시행되면 서울 성범죄자 99.8% 이주해야
전문가 “취지 좋으나 실효성에는 의문”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의 실효성에 대해 여러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당 법이 도입될 경우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중 99.8%가 이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시카법이란 2005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킨 제시카 런스포드 강간 살해사건에서 이름을 따온 법이다. 당시 9세였던 런스포드는 이웃에 살던 존 쿠이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됐다.
이에 플로리다주는 12세 미만에 대한 성범죄자에게 의무적으로 최저 25년의 징역형과 평생 전자장치 부착을 선고하고, 학교와 공원에서 약 610m 이내에 거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제시카법은 현재 미국 30여개 주에서 시행 중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5월 국회 제출을 예고한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예고하며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범 우려가 큰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 주위 500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만큼, 재범이나 13세 미만 아동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한정이다. 또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에게도 소급 적용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정부 시민들이 2022년 10월 1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광장에서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당 법률의 당위성과 취지에는 공감하나 실질적인 범죄 감소 효과가 크지는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 등을 보면 제시카법이 성범죄자의 재범률을 떨어트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다수 성범죄자가 주거 불안 등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지 않으면 재범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
현재 서울에 있는 미성년자 교육 시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를 포함해 총 7천162곳이다. 성범죄자가 미성년자 교육 시설이 밀집한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으로 이주하게 될 경우, 조두순 등 악성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두고 인근 주민들과 빚었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예외조항을 통해 미성년자 교육 시설 500m 이내일 경우에도 성범죄자가 거주할 수 있는 보호시설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성범죄 재발 방지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법안을 세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12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신상이 공개된 서울 거주 성범죄자 423명 중 422명(99.8%)이 미성년자 교육 시설 500m 이내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제시카법이 도입되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서울에서 제시카법을 적용받지 않는 1명은 특수강도강간죄로 징역 10년을 살다가 출소한 A(43)씨다. 현재 A씨의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미성년자 교육시설은 636m 떨어진 어린이집이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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