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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썰]"금화(金畵)에 금성분 없다" 유명작가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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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2019년 초 고가의 그림 3점을 입수하게 된 A씨(59·남). 금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소개된 국내 유명 작가의 그림이었다.


A씨는 실제 금 함유 여부를 확인하려고 그림을 불로 녹였다. 이후 작가 측에 연락해 "금화 3점을 담보로 6500만원을 빌려 간 지인이 지금 소재 불명이다"며 "(작품에) 금이 함유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 장면을 찍은 영상을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말했다. 작가를 직접 찾아가 "금이 함유돼 있지 않은 대신 원작자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작가를 찾아 갔을 때 동행한 공범이 있었다고 보고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공갈)' 혐의를 적용했다. 현행법상 '2인 이상'이 공모해 공갈 또는 공갈미수한 경우 가중처벌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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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건 경위를 설명하며 원인을 작가 탓으로 돌렸다. 자신의 행위가 '정당행위'였다는 취지다. 검찰이 주장하는 '공범'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1심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측 지위와 사정 등을 이용해 공갈해 범행 내용이 매우 좋지 않다"며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큰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법정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으므로, 엄히 처벌함이 타당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피고인의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다"며 "피고인에게 자신의 범행을 돌아볼 기회를 부여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어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형량이 줄었다. '공범이 없는 A씨의 단독 범행'으로 공갈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양경승 부장판사)는 A씨에게 최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도 함께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지인과 공동해 금원을 갈취하려고 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을 만났을 때 겁을 먹어 10일 정도 시간을 주면 돈을 주겠다고 했다'고 진술한다. 그러나 대화녹음 내용을 보면, 피해자가 이같이 사정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왜 자신과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는지 따지고, 공갈치지 말라고 훈계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1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6500만~6800만원을 특정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림을 담보로 제공한 사람이 아니라 원제작자에게 접근했고, 예술적 가치가 아니라 금 함유량을 문제 삼으며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방식 등을 취했다.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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