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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살해한 엄마…집행유예에도 분노하는 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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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딸 38년…"버틸 힘이 없었다"
법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재판부 "국가·사회 지원 부족한 탓"

법원이 38년간 뇌 병변 1급 장애를 앓던 친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질식 살해한 60대 친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9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64)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딸을 살해한 어머니에 대해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딸을 살해한 어머니에 대해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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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당시 심한 우울증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 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하게 했고 잠이 든 상태를 확인하고 범행했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38년간 피해자를 돌봤다"며 "피고인은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살인죄를 저지른 A 씨에게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로 선처한 이유를 별도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A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 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 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고,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냈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다. A 씨는 범행 후 수면제 복용하는 등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수면제 양이 부족해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해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A 씨는 영장실질심사 전 '딸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정말 미안하다. 같이 살지 못해서"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법정에서 A 씨는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이며 진술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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