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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9등급이 교대 합격…점수와 교권의 동반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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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감소·업무과중·교권추락 복합 영향

선망의 직업으로 꼽혔던 초등학교 교사의 인기는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걸까.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교권 하락과 교원수 감축 등이 맞물리면서 교육대학(교대)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교육개혁 일환으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추진을 예고해 교대 재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6과목 모두 '9등급'인데…경인교대 1차 합격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23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이 열렸다.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교실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23학년도 신입생 예비소집이 열렸다.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교실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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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등급 성적으로 수도권 교대 정시 1차에 합격한 수험생이 화제다. 9일 경인교대에 따르면, 201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A 씨가 수능 6과목 모두 최하위 9등급을 받았지만 1차 정시모집에 합격해 2차 면접을 앞두고 있다.

A 씨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1차에서 1.5배수를 뽑는데 올해 경쟁률이 1.37 대 1에 불과한 탓에 전원 합격했기 때문이다. 경인교대 정시전형에는 등급 상한선이 없고 수능 성적 최저 140점이다. 때문에 A 씨가 면접을 잘 보고 점수가 높은 다른 지원자가 타 학교에 등록하면 실제 최종 합격도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A 씨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현재 교대는 하락세를 타고 있고 교대는 나군에 몰려 '미달 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원서를 넣었다"고 밝혔다.


교대 지원율 '뚝뚝'…"선생님 안 할래요"
[이미지출처=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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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는 교대의 경쟁률이 낮아진 이유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임용문이 좁아졌기 때문으로 진단한다. 매년 학생 수 감소가 교원 수 감축으로 이어지자 초등교사의 직업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통계청이 2021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0~2070'에 따르면 2020년 272만 명인 초등학생 수가 2030년엔 159만 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또 과거에 비해 교권이 크게 추락했고 동시에 업무 부담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년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국 10개 교대 평균 경쟁률은 1.87로 2.2였던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올해 교대 정시모집인원은 2047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지원자는 4531명에서 3822명으로 15.6%(709명) 줄어든 탓이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청주교대(2.46 대 1) 역시 지원자가 410명으로 18.7%(94명) 줄었다.


4년제 대학 초등교육과도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의 경쟁률은 지난해 5.53이었지만 올해 3.88로 떨어졌다. 이대 전체 정시 평균 경쟁률이 3.96이고 사범대 경쟁률이 4.12인 것을 감안하면 초등교육과는 더 이상 인기과가 아닌 것이다. 제주대 초등교육과(2.14)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5.02)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의 인기는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학령인구 수에 비해 교사 수가 많은 '공급과잉'도 문제다. 올해 예정된 초등교사 선발 규모는 3561명으로 전년(3758명) 대비 5.2% 줄었다. 교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또 임용고시에 붙고도 발령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2017년 이후 서울 지역 초등교사 임용 발령 대기 기간은 평균 1년 4개월에 달한다. 이에 "취업이 잘 되는 계약학과 가는 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늘봄학교'·'교전원' 시행 중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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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선 "역량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저녁 8시까지 초등 돌봄을 보장하는 '늘봄학교'를 추진하고 있고 국가책임교육 차원에서 시행되는 정책들이 한정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현재 교사는 행정업무로 교육활동 침해를 받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교원수급으로 과밀학급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2020년 1.9 대 1 ▲2021년 2.1 대 1 ▲2022년 2.2 대 1로 교대 경쟁률이 상승세를 보여온 만큼 일시적인 하락세란 시각도 있다. 여기에 교대가 모두 정시 나군에 속해 지원자가 1곳만 선택해야 하는 구조도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모집정원과 지원방식에 통제가 있어 제약이 있을 뿐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는 교사가 선망의 직업이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당국은 교육개혁 중 하나로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을 제시했다. 초등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교대 중심의 수급 시스템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학생들과 교육 종사자들은 오히려 교대 경쟁력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교육부는 "교전원이 교대·사대 구조조정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교대 재학생들은 사실상 정원 감축을 위한 초석이라며 교전원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바뀌지 않았던 교대 커리큘럼을 교육 현장에 맞게 개편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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