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전세 들어갔더니 '깡통'…구제수단 있다는데

HUG 전세피해 지원센터 통해 상담
국토부, 지원센터 추가설치 긴급대출 착수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빌라왕' 등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깡통 전세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는 전세 보증금이 주택 가격과 빚의 차액을 초과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앞서 이사 나간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았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갑자기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5일 발표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의 추정-깡통전세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10∼20% 하락할 경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8건 중 1건은 이른바 깡통전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피해도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9월 6466억원으로 이미 전년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달 23일 오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어떻게 해야할까. 전세피해 사례에 대해 HUG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 이달부터 국토교통부는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주택도시기금의 1%대 긴급지원 대출에 착수했다. 또 국토부는 법무부와 함께 합동 법률지원 TF를 운영해 HUG 보증금 반환 심시 기간 단축, 무료 법률금융 상담지원 등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깡통전세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낼 수도 있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잃게 된 세입자가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세입자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있다. 이 세입자는 보증금 1억원의 40%에 해당하는 4000만원을 보전받게 됐다.

국회에서는 주택 임대차 피해 지원을 위한 법률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달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인중개사법·부동산등기법·주택임대차보호법의 일부 개정 법률안인 이른바 '전세 피해 방지 3법'을 대표 발의했다.

전세 피해 방지 3법에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 전 임대인에게 확정일자 부여일, 담보 대출, 선순위 관계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임대인이 미납한 국세·지방세 정보를 해당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하도록 하는 부동산등기법이 포함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국가와 시도지사가 전세 피해 지원 기구를 설치하고 각종 행·재정적 지원에 나서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