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87년 민주화 이후 '착하게 성공한 대통령' 없어"

"중대선거구제로 영호남 갈등 해결되나"
의원내각제 개헌 필요성 시사
尹대통령 야당 손 내밀어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중대선거구제의 효과 중 하나로 언급되는 '지역구도 타파'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민주화 이후 "착하게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며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의 필요성도 시사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개헌이고 선거법이고 사회적인 큰 변혁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지 평상시에 그걸 추진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는 "그걸 하려면 대통령 스스로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내가 대통령이지만 이 문제를 처리해야 되겠다'는 이러한 의지가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이상은 하기가 힘들 것"이라며 "내년에 당장 총선인데 지금 국회에 중대선거구제도를 한다고 해서 그게 과연 실현이 되겠느냐,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제안은 영호남 갈등 해소 및 수도권에서 여당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영호남 갈등이 중대선거구 한다고 해서 해소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대선거구 해도 호남은 호남에서 또 민주당이 다 되어버리고. 영남에서 국민의힘이 다 돼버리면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일단은 야당은 당대로 상대를 해 주셔야 한다"이라며 "무조건 야당을 '반대하는 사람이니까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는 이런 식으로 해서는 민주 정치에서 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이런 여야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통령이 지금 새해에도 전혀 야당과 있어서의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하는 그런 발언이 전혀 없고, 더군다나 내년(2024년)에는 국회의원 총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야의 대립이라고 하는 것은 금년에 더 격렬해지지 않겠나"고 했다.

이처럼 정치가 양극화되는 것은 대통령제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대통령제를 87년 민주화 이후에 지금 35년 가까이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지금까지 대통령으로서 무슨 착하게 성공한 대통령이 없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제, 지금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헌법적인 권한을 어떻게 재조정을 해야 하는지를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꾸준히 '의원내각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 제도를 놓고 봤을 적에는 대통령제 아니면 의원내각제 둘 중 하나가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그동안의 대통령제로서의 여러 가지 체험을 많이 해왔고 성공한 대통령을 거의 갖지 못하는 그러한 불행한 나라니까, 이제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좀 심각하게 검토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고 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