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부에선 처음부터 부정적 인식 커
공모 은행채, 공공기관채 등은 기간 연장 검토

한국은행이 사모 방식으로 발행하는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포함할 지에 대한 논의를 중단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해소되면서 사모 은행채까지 긴급하게 적격담보증권 대상으로 받아줘야하는지 판단할 필요가 없어졌다는게 원인이지만, 한은 내부에선 처음부터 금융권의 '꼼수'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만큼 사실상 거부로 해석된다. 다만 한은은 이달말 끝나는 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기간은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3일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사모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최근 논의를 중단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자 한은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인정해주는 담보에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외에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 등도 한시적으로 인정해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때 은행채에 '공모'가 아닌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것도 인정해주는지는 확실히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은은 지난해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은행채가 한국은행법 규정이나 취지에 부합하는지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가급적 올해 중 빠른 시간 내 판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으나 해가 지나도록 공식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지금은 상황이 괜찮으니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논의해 그냥 접어두기로 했다"며 "필요하면 다시 얘기를 꺼낼 수 있으나 은행 공모채가 발행되는 상황이니 굳이 편법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추후 금융시장 불안이 예상치 못하게 커진다면 다시 논의할 수 있으나 한은 안팎의 부정적 인식이 강한만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모 은행채는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다른 은행이 인수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를 한은이 적격담보증권 대상으로 인정해주면, 은행채를 발행한 은행은 다른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은행채를 산 은행은 이를 담보로 한은으로부터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그럼 시중은행들은 기업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유동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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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행끼리 사모채권을 사고 판다는 점에서 '담합'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증권을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 업무의 담보로 받을 수 있으며, 금통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법에 정해진 담보 외에 임시로 적격성을 부여한 자산도 담보로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은이 그동안 단 한번도 사모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은행끼리 '품앗이'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사실상 도덕적 해이를 동반한 '꼼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은 적격담보증권 대상을 은행채 및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기간 연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은은 대출 적격담보증권과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공개시장운영 환매조건부채권(RP)매매 대상증권을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달 말이면 지원이 끝난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한은의 유동성 지원 대책의 효과가 컸다"며 "기간 연장 여부는 시장 상황을 보고 금통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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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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