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예상 뛰어넘는 위기설에…"주요국은 법인세 인하 경쟁하는데"
"최고세율 25%→22% 인하
내달 9일 정기국회 통과해야
내년 하반기 경기침체 따른
리스크 대응 수단 활용 가능"
기업 자금 조달 급한 불 꺼야
경제 선순화으로 이어질 것
"주요국 법인세 차이 나는데
韓은 지나치게 높아…'기는 수준'"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최서윤 기자] 주요 경제단체가 7일 국회에 법인세법 개정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한 것은 스태그 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위기 징표 속 기업들의 경영리스크가 예상보다 더욱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정국에 밀려 자칫 정기국회 내 법안 통과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단체는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줘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늘려서 경제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과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악의 경제 위기 공포…경제계 "법인세 깎아줘야 투자·고용 늘린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는 내용의 정부 발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이날 공동 성명을 냈다. 내용만 보면 그간 꾸준히 제언해 온 메시지지만, 이 성명의 속뜻은 '타이밍'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지금 당장 통과시켜야 기업이 경제 불황에 대비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콕 집어' 강조해서다. 경제 6단체는 지금 법이 시행되면 기업이 법인세를 내야 하는 내년 하반기부터 정책이 집행돼 적어도 내년 하반기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경영 리스크 대응 수단으로는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자금 조달 위기에 빠진 기업을 '긴급 구조'하려면 법인세 인하가 절실하다는 경제6단체의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금리(이자), 물가가 올라 소비가 급감해 기업들은 제품이 안 팔려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고만 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는 4분기 연속 늘었다.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 급증했는데, 이는 26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한 사례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당분간 올리기로 해 급하게 대출받기 쉽지 않은 상황에 원자재 가격 폭등 등도 겹쳐 제품 수익성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런 '복합 경제 위기'에 세제 인하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 봐도 법인세 인하로 자금 융통 등 '발등의 불'을 끈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경제 선순환'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구체적인 근거도 있다.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 낮아지면 투자율이 0.2%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를 보면 미국이 법인세를 깎고 2년이 지나자 평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이 3%에서 3.7%로 0.7%포인트 올랐다. 프랑스도 0.5%에서 3.7%로 3.2%포인트 상승했다.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노후설비를 신규 설비로 대체하거나 신규사업용 공장설립·장비구매 등 경영 비용이 늘어난 수치를 말한다.
"선진국 나는데 한국은 긴다"
'당장' 법인세 깎는 법을 처리하라고 경제6단체가 국회에 '작심발언'을 한 이유는 오랫동안 한국의 법인세가 해외 주요국보다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전경련이 최근 낸 '법인세제 경쟁력 강화로 기업 활력 제고 필요' 자료를 보면 한국과 주요 5개국(G5)인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모두 기업 연구개발(R&D) 투자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공제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업 규모별 지원 격차가 큰 실정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독일은 기업 규모 구분 없이 동등하게 혜택을 준다. 일본과 영국도 한국처럼 차등 지원하지만 일본 2%포인트(대기업 최대 10%-중소기업 12%), 영국 11.7%포인트(13%-24.7%)와 비교하면 한국 23%(최대 2%-25%)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세액공제율도 터무니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G5 평균 17.6%인데 한국은 최대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한국 대기업 최대 2%' 수치는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 삼성전자 close 증권정보 005930 KOSPI 현재가 270,500 전일대비 25,500 등락률 -8.61% 거래량 38,075,487 전일가 296,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삼성그룹 노조 '영업익 연동 성과급 요구', 주식회사 법리 위배" 반도체(DS) 사업부문 등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렇다보니 개별 기업이 내야 하는 법인세 부담률도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 주도 반도체 연대체인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에 가담한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이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 법인세 부담률은 26.9%로 일본(22.3%), 미국(13.0%), 대만(12.1%)보다 높았다. 특히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차세대 고부가가치 사업부문으로 주목받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TSMC(대만), 인텔(미국) 등이 속한 나라보다 한국 법인세 '족쇄'가 타이트한 점은 기업 경영에 상당한 애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투자촉진책 등 감세 정책을 통해 지난해 법인세 부담률이 2018년 16.4% 대비 3.4%포인트 낮아졌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4개국 중 4년 연속 최저(13%-12.9%-12.3%-12.1%)였다. '선진국 나는데 한국은 긴다'는 자조 섞인 재계의 푸념이 현실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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