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업계 기대 담은 벤처투자 '세제 인센티브' 제대로 되려면
민간·해외투자로 벤처 활력 도모
정부, 세제 혜택 '당근책' 내놨지만
벤처투자법·세법 등 바뀌어야 가능
야당 도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
정부가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 온기를 줄 정책 방안을 발표했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민간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 제도는 빨라야 내년 말에야 시행되기 때문에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민간과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벤처투자 생태계에 활력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민간 벤처모펀드는 그동안 정부 예산에 의존해온 모태펀드를 민간 출자금으로 채워 1조5000억원 가량의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출자금을 모집해 창업·벤처기업 투자 목적의 개별 자펀드에 출자하는 민간형 재간접펀드를 말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모펀드와 자펀드에 각각 관리보수가 발생하는 이중부담이 있어 세제 인센티브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중기부는 법인 출자자 세액공제, 개인 투자자 소득공제,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고 밝혔다.
이 과정이 녹록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인센티브가 제도화되려면 벤처투자법이 개정된 후에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즉 세제 혜택을 주려면 세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 처리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수년 전부터 통과시키겠다던 복수의결권법이나 실리콘밸리식 벤처펀드 지배구조 도입법(벤처투자법)은 진전이 안 보인다. 한마디로 국회에서 중기부의 타율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번 정책을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지만, 이는 대부분 업계 목소리를 들은 후 정책 초안을 짰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중기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벤처투자 결성액을 연평균 8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다. 이런 장기 목표가 실현되려면 첫 단추부터 제대로 잘 꿰어야 한다. 거기에는 정책 입안자의 의지도 한몫한다. 우리는 그간 컨트롤타워가 바뀌면 핵심 정책도, 장기 과제도 싹 날아가 버리는 경험을 수시로 했다.
지난 정권의 ‘한국판 뉴딜’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2020년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동안 160조원을 쏟아붓는 거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2년 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뉴딜 정책들은 정체를 감췄다. 중기부에서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하던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 ‘자상한 기업’ 등의 사업도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며 소리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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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은 그럴듯하고 화려하게 발표하는 것보다 얼마나 잘 실행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업계가 호평한 정책인 만큼 용두사미로 끝나고 않고 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꾸준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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