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조사·재판서 모두 '셀프 변호'… 판을 흔드는 남욱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남욱 측. 진행하시죠."
지난달 28일 '대장동 도시개발 특혜' 의혹 사건 60번째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법정. 재판부가 남욱 변호사 측에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 증인신문을 하라고 하자 남 변호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순간 잠시 침묵이 흘렀다. 법정 안 공기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사건에 가담한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서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정 회계사 입장에선 사건의 내막을 깊이 알고 있는 남 변호사 앞에서 거짓말을 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였다.
그간 대장동 재판에선 이런 장면들이 간혹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자신을 법률대리해 줄 변호사를 선임하고 함께 법정에 나가지만 필요하면 자신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검찰 조사 역시 마찬가지. 검찰 안팎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대부분 혼자 검찰에 출석해서 필요한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셀프 변호'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피의자가 된 사건의 경우 간혹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특히 이번 대장동 사건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돼 있는 까닭에 남 변호사의 '셀프 변호'가 법조계에서 주목 받는다. 남 변호사는 셀프 변호를 하면서 검찰과 재판 상황을 비교·분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검찰의 수사 상황과 법정에서 필요한 진술을 가려낼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이 취해야 할 전략도 윤곽이 잡힌다. 수사·재판을 판가름할 열쇠를 쥐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때로 그의 말은 판을 크게 흔들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하다. 최근에는 자세를 바꿔 대장동 사건의 내막을 폭로하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재판에선 정 회계사에게 질문하면서 대장동 사업 지분 일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분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폭로해 이목이 집중됐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2015년 2~4월께 김만배가 남욱에게 '(주식)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해서) 남욱이 반발하다가 결국 25%를 수용한 것이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정 회계사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 등 대장동 수사팀은 이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최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모두 불러 대질조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남 변호사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과 4일 연이어 공판에 출석한다. 오는 22일에는 구속기간이 만료돼 출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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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8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계속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김 전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과거 금품 수수 의혹의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로 구성된 하나의 범죄)로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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