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감산', 실트론 '증설'…엇갈린 SK 형제의 투자법
SK하이닉스, 메모리 불황에 설비투자도 축소
SK실트론, 웨이퍼 수요 폭증 대비 공격적인 투자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로 (메모리)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 투자는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상황인 2008~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간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 재고가 매우 높은 탓에 SK하이닉스는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다."(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
SK그룹의 반도체 형제인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close 증권정보 000660 KOSPI 현재가 1,819,000 전일대비 151,000 등락률 -7.66% 거래량 7,485,233 전일가 1,970,000 2026.05.15 15:30 기준 관련기사 '팔천피'의 저주인가…뚫자마자 추락하더니 7400선 마감, 코스닥도 5% 빠져 코스피, 외국인 '팔자'에 장중 7600선까지 하락 트럼프 "이란과의 협상, 더이상 참지 않을 것…반드시 합의해야" 와 SK실트론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속 정반대의 투자 전략을 세웠다. 투자 축소와 감산을 결정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한 하이닉스와 달리, 반도체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 생산 기업 실트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반도체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웨이퍼 시장 역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적 전망도 대조된다. 실적 전망이 대폭 하향된 하이닉스와 달리 실트론의 분위기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10조원대 후반)의 절반 미만으로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해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반도체 한파를 정통으로 맞았다. 영업익은 1조65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0.3% 감소했으며, 매출은 10조98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다. 순이익은 1조1026억원으로 66.7% 감소했다. '어닝 쇼크'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D램, 낸드 수요가 줄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한 탓이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 생산 기업들의 출하량이 모두 감소했다. 최신 공정인 10나노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의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이 개선됐지만,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4분기 적자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영업적자가 1869억원(KB증권)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90억달러(약 11조원)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실적도 좋지 않다. 더욱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익이 대부분인 데다 매출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반면, 같은 SK㈜ 소속의 비상장 기업 SK실트론은 지갑을 열고 있다. SK실트론은 올해 상반기 구미에 3년간 1조495억원을 투자해 4만2716㎡ 규모의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300㎜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 확충에 8550억원을 쓴다. 2026년까지 총 2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면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영국 웨이퍼 제조사 IQE와 손잡고 전력 반도체용 고성능 웨이퍼 개발에도 나선다. SK실트론은 IQE와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해, 질화갈륨(GaN) 웨이퍼를 공동개발할 예정이다. 질화갈륨 웨이퍼는 전기차, 5G 통신장비, IT기기 등의 반도체 제조에 쓰인다.
SK실트론의 투자 확대 배경엔 웨이퍼 시장의 성장 모멘텀(동력)이 강해지면서 당분간 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소형 IT기기의 발전으로 웨이퍼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항공·태양광·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반도체 사용이 증가해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퍼런시마켓리서치(TMR)는 올해부터 웨이퍼 시장이 연간 9.3%씩 성장해 2031년 시장 규모가 18조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테크나비오도 2025년까지 연간 6.73%씩 웨이퍼 시장이 커져 6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웨이퍼 생산의 핵심 지역 중 하나였던 중국이 주춤하면서 대만·일본·한국이 웨이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SK㈜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27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하반기에도 좋은 흐름이 예상된다. 테크나비오는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지역의 웨이퍼 업체 성장은 타지역보다 빠르다"라며 "이곳 업체의 투자 확대가 웨이퍼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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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 공급이 3년~5년의 장기계약으로 이뤄지고 있어 수요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점도 웨이퍼 생산설비 투자를 촉진시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웨이퍼 산업은 장기공급계약이란 장치가 있다"며 "공급 계약 기간 동안 판매가격과 물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시장 악화에도 수익성이 저하될 우려가 낮고 안정적으로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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